국내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03명을 분석한 결과, 무증상자들의 체내 바이러스양이 유증상자들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침을 통해 방출될 수 있는 바이러스 양이 무증상자에게도 충분하다는 의미로, 무증상자 역시 유증상자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전파력을 지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그 동안 방역당국이 무증상자의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혀왔던 것과 대치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에서 무증상자 비율은 전체 중 무려 36%를 기록했다. 수면 아래에 있는 무증상자들을 통해 조용한 전파가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순천향대학교병원(서울·부천·천안)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미국 의학협회 저널 내과학(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internal medicine)에 이 같은 연구논문을 실었다. 논문 제목은 '한국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19' 유증상, 무증상 확진자의 임상경과 및 분자 바이러스 배출'이다.
연구진은 지난 3월6일부터 3월26일까지 천안 지역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던 '코로나19' 확진자 30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93명(63.7%)이 격리 당시 유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110명(36.3%)는 무증상자로 이 중 21명(19.1%)만 격리 중 시간이 흘러 증상을 나타냈다.
즉 303명중 89명은 감염이 됐어도 계속해서 무증상을 유지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들은 24일간 추적 조사에서도 무증상을 유지했다.
연구진이 최종적으로 유증상 214명, 무증상 89명을 구분해 바이러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Ct(Cycle threshold) 값을 분석한 결과, 양쪽 모두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검사법은 환자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env) 유전자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제어하기 위해 무증상 확진자 격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성'으로 전환한 비율과 기간도 무증상자와 유증상자 간 큰 차이는 없었다. '코로나19' 진단 후 14일째와 21일째 '음성' 전환 비율은 무증상자의 경우 각각 33.7%, 75.2%를 나타냈다. 유증상자는 각각 29.6%와 69.9%였다. 이를 분석했을 때 '코로나19' 진단일부터 음성 전환일까지 중앙값은 무증상 환자의 경우 17일, 유증상자는 19.5일로 비슷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무증상자도 유증상자처럼 바이러스 전파력을 갖고 있다고 추정되면서, 현재 수도권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감염경로 미궁의 확진사례들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는 해석이다.
무증상자는 본인이 증상이 없다보니 보건소 등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을 확률이 매우 크고, 이에 따라 정부의 통제망 밖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현재 방역당국의 조사범위는 주로 증상발현자나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 감염자가 발생한 지역 방문자 등에 국한돼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이 누구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증상을 발현시키지만, 다른 누구에겐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도 않는다는 것"이라며 "독성이 균일하지 않다보니 역학조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집단감염 사례가 터질 경우 증상발현일로 최초 전파자를 찾는 것은 보다 신중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의 분석대상 303명의 중간 연령은 25세였고 66.3%가 여성이었다. 이 중 12명이 고혈압과 암, 천식 등 기저질환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