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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17 18:30
"아이 낳을 때도 마스크를 써야했다"…코로나가 바꾼 출산
2주간 엄마와 '생이별'한 첫째
"산모도 항상 마스크를 써야 됩니다. 분만할 때도요."
기자가 최근 둘째 아이 출산을 위해 아내와 함께 서울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뒤 간호사에게 들은 말이다.
이렇게 둘째 출산과 산후조리 과정 곳곳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도사리고 있었다.
첫째 아이도 둘째 아이와 같은 병원에서, 같은 절차를 거쳐 낳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첫째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
분만을 위해 입원하는 과정부터 달랐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일반 접수대의 문을 열지 않아 응급실 접수처를 통해 수속을 했는데,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은 아내에게만 문을 열어주고 아빠의 입장은 막았다. 응급실 특성상 접촉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답이었다.
생소한 경험은 접수 뒤에도 이어졌다. 입원자(산모)는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검사를 받고 나온 아내는 실제 검사 방식이 상상보다 '화끈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검체채취봉이 콧속으로 끝없이 들어가더라. 뇌까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다만 검사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입원실이 있는 병동으로 향해 가족분만실에 함께 들어갔다.
담당 간호사는 산모와 보호자 모두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고 알려줬다. 산모가 분만 때에도 써야 하는지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첫째 때 진통을 겪으며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했던 아내가 떠올라 다시 간호사에게 마스크를 써도 호흡이 괜찮은지 물었다.
이에 간호사는 "다들 어려워하신다"며 "특히 보건용 마스크는 많이 힘드니 덴탈 마스크를 착용하는게 좋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결국 덴탈마스크를 구해 무사히 출산을 했고, 아내가 무난히 회복해 예정대로 퇴원했다.
아내와 아기가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뒤에는 예상했던 또다른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계약한 산후조리원은 보호자 1명을 제외하면 가족들도 모두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에, 특히 첫째 아이가 엄마와 2주간 더 '생이별'을 해야 했다.
두 돌도 안됐는데 영문도 모른채 엄마와 떨어진 아이가 엄마를 찾거나 생떼를 부리지는 않을지, 엄마 없이 잠은 잘 자고 밥은 잘 먹을지, 부부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상황이 닥치자 아이는 다행히 엄마의 부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평소처럼 먹고, 자고, 노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평소보다 밥을 잘 먹지 않고, 종종 멍하게 두리번거리며 엄마를 찾는 듯한 행동을 하기는 했다.
아내가 오히려 더 힘들어했다. 집에서 첫째를 돌보면서 아내가 아이를 보고 싶어 할 것 같아 자주 영상통화를 했는데 "너무 보고 싶다"며 종종 눈물을 보였다.
결국 첫째가 너무 보고싶다고 산후조리원에 호소해 잠깐 집에 다녀가기도 했다.
아내와 둘째 아이가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지금도 감염병 시국으로 인한 고단함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걱정에 첫째 아이 어린이집 등원을 늦추면서 두 아이가 모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됐다. 산후조리와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아내의 부담은 더 늘어났다.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하는 아빠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축복받아야하는 가족의 일상까지 송두리째 바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