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고열 때 병원 가야할지 보건소 가야할지" 막막
실제로 '닮은 꼴'…'유전자증폭 검사'해야 정확히 구분
여섯살 딸을 둔 워킹맘 황모씨(3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와중에 성큼 다가온 환절기가 두렵다.
비염이 있어 매년 이맘 때 감기나 독감을 달고 사는 아이가 이번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증상만 봐선 코로나19인지 독감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황씨는 "감기·독감, 코로나19 모두 고열 기침을 동반해 구분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만약 이런 증상을 보일 경우 병원에 가야할지, 보건소로 가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9개월 아기를 둔 주부 허모씨(35)도 비슷한 상황이다. 허씨의 아이는 6개월 됐을 무렵 40도 가까운 고열에 시달린 적 있다.
당시 감기인지, 코로나19인지 구분이 안 됐다. 일단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아이는 코로나19 감염 여부가 확인이 안 돼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허씨는 "감기와 코로나19를 구분했다면 진료 받기까지 시간을 단축했을 것"이라며 "영아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 걸리기 쉬운데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이중으로 감염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워킹맘 김씨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례를 올렸다. '혼란스럽고 불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7일 김씨는 자녀에게서 열이 나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유치원 교사의 전화를 받았다. 자녀가 행여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두려움을 느낀 김씨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아이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두통과 콧물로 인한 37.2도 미열 진단을 받았으나 단순히 '해프닝'으로 웃어 넘기긴 어려운 일이었다.
성인들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경남 창원에 사는 김모씨(27)는 최근 몸살 기운을 느끼고 헛기침을 했다. 감기인지 코로나19인지 헷갈렸다.
김씨는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할지, 일반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할지 헷갈렸다"며 "최근 태풍이 오고 갑자기 날도 추워져서 감기 기운인가 생각했으나 한편으로는 몇백명이 모이는 대규모 면접을 최근 봤는데 그 영향으로 코로나에 걸린 것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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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시행 첫 날인 8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병원에서 의사가 예방접종을 위해 어린이 검진을 하고 있다. . 2020.9.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9월 환절기 '불청객'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다. 재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증상이 '닮은 꼴' 바이러스다.
닮은 듯하지만 두 바이러스는 엄연히 다르다. 당연히 치료법에도 차이가 있어 두 바이러스를 구분지어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은 몸을 못 움직일 정도의 근육통을 느끼고, 37도의 열이 단시간에 40도까지 오르는 반면 코로나는 독감보다 근육통이 심하지 않고 열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인마다 통증의 차이가 심하고 육안 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독감을 미리 겪어 본 환자는 다시 발생한 독감의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두 감염병의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열이 나면 환자 상태가 전체적으로 나빠지기 때문에 독감과 코로나19를 증상으로 구별할 방법은 없다"고도 했다.
가장 정확한 구별 방법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다.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상자들이 흔히 받는 검사다.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에서 리보핵산(RNA·고분자 유기물)을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이다. 코로나19인지 독감인지 너무 헷갈린다면 선별진료소나 의료 기관 등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치료에는 백신이 없어 격리가 필요하고 독감 치료에는 이른바 '타미 플루'로 불리는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필요하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어느 쪽이든 빠른 치료를 위해 독감과 코로나19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