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유고시 직무 대행…차기 대선주자 가능성도
올해 미국 대선에서 미 역사상 최초 여성이자 최초 흑인-인도계 부통령이 탄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다.
◇ 흑인 여성 대표, 다수 공직 경험이 : 1964년생인 해리스 의원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를 둔 이민 2세대다. 흑인 여성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검찰총장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등을 역임했고 2016년 흑인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해리스 의원은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브랫 캐버노 연방대법관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펼쳐 인지도를 높였다. 이같은 기세를 등에 업고 작년 초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지만 정치자금 부족과 지지율 부진을 이유로 중도사퇴하고 올 3월 바이든 당선인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해리스 의원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차별이 대선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면서다. 민주당 안팎에서 유색인종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 바이든 저격했던 '싸움꾼', 반트럼프 진영에서 부활 : 다만 해리스 의원은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바이든 당선인을 상대로 40년 전 흑백통합 스쿨버스를 반대했다고 몰아붙이며 '바이든 대세론'을 꺾었던 전적이 있다. 이에 바이든 측근 가운데서는 그의 충성심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물도 있었다.
이런 우려를 잠재우려는 듯 해리스 의원은 바이든 당선인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후 검사다운 '저격 실력'을 발휘해 트럼프 행정부를 조목조목 비판해왔다. 해리스 의원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문제 삼으며 "미국인은 이 정부의 무능함 때문에 너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고 맹공했다.
해리스 의원은 또 정치 자금 모금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이틀 만에 선거캠프 측에 4800만달러(약 570억원)에 달하는 정치 자금이 몰릴 정도였다.
◇ 인도계 어머니·외가 영향 많이 받아 : 해리스 의원은 7살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인도인 외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아 시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며 "나는 온갖 장벽을 무너뜨린 어머니의 딸"이라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해리스 의원의 어머니 샤말라 고팔란은 캐나다 맥길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오랜 기간 유방암을 연구하다 10여년 전 암으로 별세했다. 당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인도 사회에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밀어붙였던 인물이다. ◇ 해리스의 외교 행보?…"동맹국과 협력" 강조 : 해리스 의원이 미국 부통령으로 미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어떤 행보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외교정책에서 해리스 의원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해리스 의원은 미 외교협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최대 업적은 국제기구를 만들고 국제법과 민주주의 국가 발전을 지원한 것"이라며 "중국 견제를 위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해리스 의원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지만 단순히 '완전한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 분명하다"며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철회하기 위해 검증가능한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선택적 제재 완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유고시 직무 대행…차기 대선주자 가능성도 :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할 때 77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만큼 그가 문제가 있을 경우, 해리스 의원이 직무를 대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본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운동 초기부터 건강문제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일축해왔지만 그 역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부통령 후보를 지명할 때 나이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바이든 당선인이 4년 임기를 무사히 마치더라도, 80세가 넘어가는 고령의 상황에서 그가 재선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로이터통신은 "해리스 의원이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