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등 아시아계 정치인들의 ‘대부’…향년 82세
필리핀계로 ‘차이나타운’ 개발의 주역으로 활동
시애틀 유명 인권운동가이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정치인들의 대부로 불린 밥 산토스씨가 지난 27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엉클 밥(Uncle Bob)’으로 불리며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수민족와 주류사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던 산토스는 자신이 나고 자랐던 시애틀 차이나타운인 ‘국제지역’의 대통령으로 불렸다.
유가족에 따르면 산토스는 지난 수주간 지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필리핀 출신 복서인 ‘사킨’ 새미
산토스와 필리핀계와 인디언계의 혈통을 이어받은 버지니아 니콜 산토스사이에서 1934년 태어난 산토스는
고교 졸업 후 해병대에서 군생활, 연어 통조림공장의 노동자, 보잉
렌튼 공장의 노동자로 일한 뒤 본격적으로 소수민족 인권 활동에 나섰다.
같은 노동자지만 백인 노동자들과
소수민족 노동자들과의 차별을 목격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위 등에 참석하고 평등한 미국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1960년대 말 라티노계인 로베르토 마에스타스, 인디안계의
버니 화이트베어, 전 시애틀 시의원을 역임한 흑인 정치인 래리 가셋 의원 등과 함께 시애틀
지역 소수민족들을 한데 모아 시애틀에서 한 목소리를 낸 ‘포 아미고스’를 설립해 인권운동을 주도했다.
소수민권 인권과 권리주장을 위해 이
같은 소수민족들이 하나가 돼 시위를 벌이고 정당한 권리를 주창하는데 앞장섰다.
그는 또한 자신의 고향이자 활동 무대인 시애틀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터내셔널 디스트릭의 개발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과거 시애틀 차이나타운은 범죄가 범람해 거의 버려진 곳이었으나 산토스가 앞장서 비즈니스를 유치하고 저소득층
주택사업을 이끈 비영리단체인 ‘인터 림’(Inter*Im)을
주도해 차이나타운을 탈바꿈시켰다. 김혜옥 시애틀부시장은 과거 ‘인터
림’의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산토스는 또한 아시안 퍼스픽계의
정치인들의 정계 진출의 든든한 후견인으로도 유명하다.
에드 머리 시애틀시장은 “산토스는 모든 인종과 민족, 성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의 인생의 감명을 줬다”며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삼촌’으로 불리며 불우한 시애틀 시민들을
위해 인생을 바친 분”이라고 애도했다. 제이 인슬리 주지사도
“그는 선견지명을 가진 공평한 사회를 위한 개척자였다”고
말했다.
산토스를 따르고 존경해왔던 김혜옥 시애틀부시장, 신디 류 워싱턴주 하원 의원, 이승영 전 쇼어라인 시의원, 쉐리 송씨 등 한인 정치인들도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특히 그는 생전 차이나타운에 있는 ‘부쉬
가든’에서 매주 화요일밤 가라오케를 열어 엘비스 프레슬리와 프랑크 시나트라의 노래를 열창하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계 지도자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유명하다.
산토스는 1956년 첫 부인인 애니타 애그발로그와 결혼 후 6명의 자녀를 두었고 1992년 현재 워싱턴주 하원의원인
새런 토미코 샌토스와 재혼했다. 장례 일정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