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국경을 허문 편지 두통(하)
영국 공군 R대위가 독일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고 나서 거의 한 달이 다 된 어느날 독일에서 편지가 한 장 날라왔습니다. P대위의 어머니로부터 온편지였습니다. R대위는 긴장감을 감추지못한 채 설레이는 기대를 안고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펴보았습니다. 편지의 상단 첫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 R에게”
긴장했던 R대위의 표정이 금세 환해지더니 어느 듯 그의 눈시울은 붉어졌습니다. R대위는 흥분을 진정시키면서 편지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 네 편지를 받고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단다. 그것은 전사한 내 아들에 대한 생각때문이라기 보다는 너의 그 아름답고 착한
마음이 안겨준 충격 때문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총성이 멎은 후 조용해진 세상처럼 전쟁 중에 희생된 수 많은 전사자들과 그들로
인해서 흐느끼는 가족들의
곡성도 시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서서히 묻혀지는 지금 네가 보내 준 한통의 편지는 마치 전사한 내 아들이 다시 부활하여 R이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나타난 것과 똑같은 감격이었단다.
때로는 세상이 허무하기도 했고, 때로는 죽은 자식 생각하면서 낙심하고 절망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네 편지를 받고는, 이 세상에는 그 허무함도 그 절망도 다 극복시키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으로 치달을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 있음을 나는 깨닫게 되었단다. 그 힘은 바로 사랑이었고 그
사랑을 나에게 선물한 사람이 바로 너 R대위로구나!
지금까지 온 세상은 다 나의 고독과 슬픔과 한을 잊고 있는 듯 했는데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 온 세상이 다 나의 친구가 되고 나의 위로가 되고 나와 인생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언덕을 넘어가는 동반자로
느끼게 된 이 나의 심정을 너도 이해하고 함께 기뻐해주기 바란다.
생각해 보면 너나 죽은 P대위나 모두 전쟁의 희생자이면서도 또한 주어진 사명에 충실했던 장한 젊은이들이 아니었느냐. 높은 파도와 거친 물결이 흉용하는 저 바다라도 그
밑에는 물고기들의 고요한
서식처가 있듯이 전쟁이 휘몰고온 파도에 휘말렸던 나는 이제 너를 통해서 평온과 안정을 되찾게 되었으니 나는 물론이고 내
아들 P대위도 천국에서 얼마나
기뻐하겠느냐.
고맙다. 한 없이 고맙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제 너와 나는 한 개인 대 개인의 만남이 아니라 영국과 독일이, 적과 적이, 원수와 원수가 서로 손을 잡고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며 화평의
약속을 이루어가는 평화의
상징으로 남게 될 소중한 만남이 되리라고 믿는다.
내가 허락만한다면 금방이라도 달려오겠다는 네
마음처럼 나도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가고 싶구나. 약 두어달이 지나면 꽃피는 봄이 오는데, 그때쯤 시간을 내어 너를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기 바란다. 이 편지가 너에게 닿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더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내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가 상봉하게 될 그날까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린다. -독일에서
엄마가-“
하나님은 우리 인간이 생명을 유지시킬 모든 자양분을 자연과 만물을 통해 공급해 주십니다.
동시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값지고 소중한 요소를 주셨는데 그것이 곧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있는 잠재력이기도 합니다마는 우리는 그 것을 끌어내어 표출시켜
사용하지를 않고 있습니다.
그 사랑은 아무리 어두운 이생의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즉 가난 속에서도, 질병 속에서도, 탄압과 압제 속에서도, 심지어 피비린내 나는 전쟁 속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우고 행복의 열매를 맺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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