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극복 상징물로 당시 ‘그라운드 제로’게양 뒤 도난
2014년 11월 한 남성이 에버렛 소방서에 가져와
악몽의 9ㆍ11테러 당시 폐허의 ‘그라운드 제로’에 게양돼 미국의 테러 극복 결의와 애국심의 상징몰로
떠올랐다가 도난 당한 ‘9ㆍ11 성조기’가 에버렛에서 발견됐다.
지난 2001년 9월11일, 테러가 터진 뒤 6시간이
경과했다. 무너져 내린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잔해에선 아직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생존자 수색작업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소방관 맥 윌리엄스는 뉴욕 허드슨 강에 정박해 있던 요트에서 성조기 하나를
뽑아왔다.
그는 폐허 속에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국기 게양대를
찾아 동료인 크리스티안 엔겔드럼 등 2명과 함께 이 성조기를 게양했다.
당시 모습이 사진기자인 토마스 프랭클린의 카메라에 담겨졌다. 이 사진은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됐고 9ㆍ11테러의 상징적 기념물이 됐다.
그후 게양대에 내려진 이 성조기는 유명세를 타면서 양키스 스타디움에 모습을 나타냈고 뉴욕 주지사 조지 파타키 등의 사인을 거쳐 해군으로
넘겨졌다. 이 성조기를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위해 아라비아해로 떠나는 전함 루즈벨트 호에 게양하고 싶다고
해군이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2년 3월 루즈벨트 호는 미국으로 귀항했고 성조기는 뉴욕시로 반환됐다. 그 해 여름 원래 성조기가 꼽혀있던 요트의 주인인 셔레이 드레이퍼스가 요트 위에서 소방관들을 위한 모금파티를
열겠다며 뉴욕시로부터 성조기를 빌려갔다.
하지만 드레이퍼스는 이 성조기가 요트에 안 어울리게 너무 큰
점을 이상하게 여겼고, 결국 ‘9ㆍ11 성조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드레이퍼스는 가로, 세로 5X3피트인 진품 성조기를
찾아 나섰다. 당시 그라운드 제로가 찍힌 비디오 등을 판독한 결과 진품 성조기가 게양된 뒤 5시간 만에 새로운 성조기로 바뀌어진 사실이 발견됐다. 이 같은 사연은
히스토리 TV채널 등을 통해 방영됐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진품 ‘9ㆍ11 성조기’가 뜻밖에도 워싱턴주에서 발견됐다. 지난 2014년11월4일 자신을
‘브라이언’이라고 밝힌 백인 남성이 비닐 백에 성조기를 넣어서
에버렛의 한 소방서에 전달한 것이다.
소방서에 불쑥 찾아온 브라이언은 “9ㆍ11테러의 한
미망인이 이 성조기를 국립 해양대기청(NOAA)에 기증했고, 2007년
베테란스데이 때 예비역 군인인 자신에게 선물로 주어졌다”며 “이를
뉴욕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 뒤 떠났다.
이에 따라 에버렛 경찰국은 이 성조기가 어떤 상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사했고, 원
주인인 드레이퍼스 등의 확인을 거쳐 결국 지난달 9ㆍ11테러박물관
등으로부터 진품 확인을 받았다.
이 성조기는 9ㆍ11테러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