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목사
루터교
은퇴/미주 크리스천 문인 협회원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라
철마다
갈아입는 옷가지는 물론이고 군인과 경찰관 제복이나 각종 예식 때마다 걸치는 의상 등을 모두 합하면 옷 종류만도 수백 가지가 넘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옷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찢어 버릴 수 있다. 가위로 자르다 안되면 작은 칼로 베어도 쉽게 찢어진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만은 이렇게 쉽게 찢어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일 뿐 아니라 마음에 대한 바른 이해가 정립(定立)돼 있지 않아서이다.
성경은
마음을 원어로 4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누스(νους)’이고 둘째는 ‘카르디아(καρδια)’이며 셋째는 ‘노이에마(νοίεμα)’이고 네번째가 ‘레브(Levu)’이다.
이
4가지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누스’와 ‘카르디아’이다. ‘카르디아’는 우리 마음을 그릇에 비교하고 있다.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어리로 하나는 귀하게 쓰일 그릇을, 다른 하나는 천하게 쓰일 그릇을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불평할 수 없다는 것이다(로마서 9:21). 그 그릇이 어떤 그릇이든
용도는 물건을 담아 두는 데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은 사람마다 다르다. 마음이란 지정의(知情意)에 근원이 되는 정신적 상태의 총체이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깨닫고 있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내용물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성서에서의 마음이란 ‘누스’를 제일 중요시한다. ‘누스’란 뜻은 ‘깨달아야 한다’이다. 무엇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일까. 깨닫는 것도 우선순위가 있다. 먼저 깨달을 것을 깨닫는 일이다.
솔로몬 왕은 우리 모습을 평생 어두운 데서 먹으며 번뇌와
병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전도서 5:17). 평생이란 태어나
하직하기까지의 일생을 말한다. 그 일생의 과정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이고, 이 과정은 누구나 똑같이 겪어야만 한다.
헌데
사람들은 이 과정을 어둠 속에 묻혀 살아간다.
그 모습을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라고 했고(이사야 9:2), 사도 베드로는 어둠 속에 있는 저희들이라고 했으며, 이사야 선지자는 우리가 흑암에 잡혀 있다고
했다(이사야 49:9).
마치 부둣가에 배들이 밧줄에 꽁꽁 묶여 있는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를 건져내시려고 계획하신다(열왕기하 17:39-40). 이 하나님이 바로 성부 하나님이고, 이 계획을 실천에 옮겨 성부 되시는 아버지의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성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그의 십자가 보혈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려는 아버지의 뜻을 성취했다.
그러기에 성부 하나님을 ‘플래너(Planner)’라 한다면 성자 예수 그리스도는 ‘액터(Actor)’라 하겠다. 이것을 골로새서 1:13절에서는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냈다고 했다.
권세는 원어로 ‘에쿠우시아스라(έξουσιας)’하고 흑암을 ‘스코스토(σκοτος)’라 한다.
성경에서
흑암은 항상 죽음을 의미한다. 이 흑암의 권세가 죄의 삯이 되어 사망으로 이어진다(로마서 6:23). 바로 이 권세가 있게 된 원인은 죄에 있다.
죄의 삯으로 죽게 된 내 생명을 주께서 사망에서
건지신 것이다(시편 56:13). 성경의 주제가 바로 어둠 속에서 빛을
빛이게 하여, 어둠의 세력이 정복 당해 우리를 어둠에서 벗어나게 하려는데 있다.
노아를
홍수에서 빼낸 일이나, 아브라함을 갈대아 우르에서 빼낸 일이나, 모세를 물에서 건져낸 일이나,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에서 빼내 광야로 인도한 일들은 다 이런 맥락에서 뜻을 같이한다.
광야를
원어로 ‘미드바(Midbar-וכךמ)’라 하는데 단련과 훈련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거쳐 우리를 더 부족함 없이 하려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 생활이
괴롭고 고통스러움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한국에서는 세월호 침몰로 바다의 어둠 속에 묶여있는 실종자들을 빼내고 있다.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 열 여섯이나 되는 시신은 어둠 속에 남아 있다.
5대양 6대주에 흩어져 사는 이 지구에는 71억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나그네란 뱃속에 묶여 있다. 세월호 희생자는 잠수부들이 빼내고
있는데 ‘나그네호’에 타고 있는 우리는 누가 빼내고 있을까.
아모스 선지자는 불붙는 가운데서 빼낸 나무들이 바로 우리라고 했다(아모스4:11). 성경에서 불은 환난을 의미한다. 환난의 극치가 어둠, 곧 죽음이다. 성경은 너희가 그 어둠에 붙잡히지 않도록 하라고 일러준다(요한복음 12:35).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이 어둠에 묶여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나부터 이러한 상황을 깨닫는 일이 시급하다. 이것이 바로‘누스’라는 마음인 것이다.
성경은 ‘무릇 지킬만한 것 가운데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잠언4:23).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며 살아가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