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부로 보고체계 일원화하며 DB 삭제
투명성 논란에 일부 복원…"업데이트는 안한다"
미국 정부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보고체계를 보건부(HHS)로 일원화면서 '방역 사령탑'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산망에선 아예 관련 통계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관련 통계사이트 '코비드 출구전략'(Covid Exit Strategy) 운영자 라이언 판차드사람은 16일(현지시간) 보도된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4일 CDC의 국립의료안전네트워크(NHSN)에 접속했을 때 우리가 이용하는 데이터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면서 "사전에 아무런 통지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 CDC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미 전국 병원의 가용 가능한 병상 수 등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정기적으로 공표해왔다.
그러나 CDC를 이끄는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전날 언론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주(州)정부 당국에 전국 병원의 코로나19 병상과 중환자실(ICU) 현황 등 정보를 NHSN이 아닌 보건부 포털사이트를 통해 보고하란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는 오늘(15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정부 당국자들은 "CDC의 작업 속도가 늦어서 해당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건부에 제공될 수 있도록 보고체계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기 전부터 NHSN상에선 이미 해당 정보가 삭제돼 있었다는 게 판차드사람의 지적이다. 판차드사람은 특히 "보고체계를 보건부로 통합하겠다는 의도는 잘 알겠지만, 우린 더 이상 (코로나19에 관한) 중요 지표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CNBC에 따르면 보건 전문가와 전직 당국자들도 "CDC의 보고체계를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이번 조치가 자칫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마이클 카푸토 보건부 대변인은 "CDC를 통해서도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CDC 전산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올 4월1일~7월14일분으로 제한돼 있을 뿐더러 "향후 업데이트 계획도 없다"고 CNBC가 전했다.
판차드사람은 "가용 가능한 병상과 중환자실 수는 당국의 (코로나19) 대응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 지표가 된다"며 "기존에 공개했던 데이터는 계속 공개하고, 또 최신 상태로도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 언론들로부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11월 재선 도전을 앞두고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위축된 국내 경제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바이러스 재확산'을 우려하는 CDC 전문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사실이 이번 보고체계 논란에도 투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