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생각-김재완] 단감나무를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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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4 00:43

[삶과 생각-김재완] 단감나무를 심고

김재완(시인/화가)

단감나무를 심고

단감나무 fuyu 한 그루를 구해서 햇살이 제일 좋은 곳에 심고 틈만 나면 창너머로 바라본다.

감꽃이 피고 맛이 든 단감을 한입 쩍 베어 먹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올해 그리 될까? 아직 간짓대 같은 나무에게 부담스러운 주문을 해본다.

사피엔스의 인지혁명으로 개념이라는 허구가 발전했고, 그래서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을 수도 없는 믿음이니 신이니 종교라는 가상의 개념이 나타났다고 하라리씨가 썼던가.

과연 우리는 오감을 통해서 인지할 수 있는 것으로만 구성된 실재에서 사는 걸까.

뭐라하든 나는 ‘가상의 실재’를 통해서 더 다양한 경험과 다차원적 사유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내 단감나무의 첫 열매가 품어낼 향긋한 내음과, 동시에 남의 집 담을 넘어가 따 온 단감(실은 땡감)을 한 입씩 돌아가며 베어 먹던 옛 친구들이 지금, 그리고 여기 함께 실재하니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2020년 3월 fuyu 한 그루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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