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희생이
필요합니다
미국인의 희생정신에 대한 해리스 설문(Harris Survey)은 오늘 우리들에게 많은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굶주리는 나라를 돕기 위해 기꺼이 하루를 굶겠다는 사람이 75%, 에너지 절약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에너지사용량의 10%를 삭감할 용의가 있다는 사람이 78%, 외국 농업 지원을 통한 식량증산을 돕기 위해 내 집 잔디밭의
비료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사람이 87% 등이기 때문입니다.
청교도들의 후손으로 믿음이 생활화 돼있는 미국인다운 가치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기독교인들이라면, 그래서
예수님 제자들이 되었다면 오늘 우리들의 삶의 자세도 이처럼 이웃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성도들이 되어야 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의 믿음도 사랑도 소망도 다 공염불이 되고 말 것입니다.
희생이 없는 믿음, 사랑, 소망이란 소설 속의 허구처럼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의 삶의 양태는 오직 자기 자신의 유익만을
생각하고 챙기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곁에서 죽어가고 있어도 물끄러미 처다 보거나 스마트 폰으로 사진이나 찍는 세태가 더 이상 신문 사회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시대에 부모님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자녀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제 부모도 하나 챙기지 못하는 자식들이 교회에서 얼마나 하나님을
위해 희생하며 헌신하는, 제대로 된 신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생입니다. 미국에서는 5월이 한국에서는 6월이
현충의 달입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소중한 생명과 삶을 바친 위대한 인물들을
가슴으로 되새기며 기억하는 계절입니다.
우리나라는 6ㆍ25라는 끔찍한 동족상잔이란 아픈 전쟁을 겪었습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이름도 위치도 모른 작은 우리나라에 와서
목숨을 희생하며 망할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을 오늘이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별히 그 중에서도 미국은 우리나라를 위해 실로 엄청난 희생과 원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인의 희생 속에서 살아난 나라요 민족입니다. 엄청난 희생의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네 이민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이민 1세대들은 문자 그대로 밤낮으로 일만하며 살았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삭막하고 외로운 이국 땅에서 손발이 다 닳도록 일만 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 따라 이민 온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더더욱 그렇게 헌신하며 희생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피와 땀의 희생으로 마련된 자신의 삶에 감사하며
부모님의 희생을 기억하고 섬기는 자식들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희생의 가치를 아는 자만이 그 희생에 대해 감사드리고 또 자신들을 희생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생인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철저하게 ‘Give & Take’입니다.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라 해도 부모님의 은덕을 모르고 불효하게 되면 평생을 통해 모아 놓은 소중한 재산을 사회에
기부할지 언정 가치를 모르는 자식들에게 유산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는 신앙생활에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통하는 진리입니다.
하나님께 인색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를 소홀히 하면서 하나님의 은총을 덧입으려 축복만 사모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입니다. 구원은 공로 없이 은혜로 받게 되지만 축복은 심은 대로 거두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살기가 어려운 말세입니다. 모두가 지쳐가고 절망이 쌓이는 때입니다. 조건 없이 희생하고 사랑으로 모든 관계를 새롭게 회복해야만 하겠습니다. 결국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남는 것이란 이름 석 자의 추억뿐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