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밀집지역 일부 업소, 핼러윈 이벤트로 손님 유혹
어린이집·영어학원도 앞다퉈 파티, 부모들 ‘피곤’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이태원 등지의 유명 클럽들에 대해 강력한 방역지침을 적용키로 했지만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점과 호텔 등을 빌려 파티를 여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30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제2의 이태원’ 사태를 우려, 클럽 내에서 단 한 명이라도 마스트 등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이에 서울시내 유명 클럽들은 자발적으로 영업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0~30대 젊은층에서는 클럽 대신 호텔 뷔페나 파티룸, 주점 등을 빌려 파티를 강행하려는 추세다.
결국 클럽을 막으니 주점이나 호텔, 뷔페, 파티룸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이모씨(26·여·서울 마포구)는 “해마다 핼러윈 의상을 구해 입고 이태원에서 밤새 즐기곤 했지만 올해는 힘들 거 같아 친구들과 호텔 뷔페를 예약해 놓았다.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파티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모씨(22·수원시)도 “한 달 전부터 모임을 준비했기 때문에 올해는 작은 주점을 예약했다. 주점측도 요즘 장사가 시원찮은 상황에서 흔쾌히 새벽까지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대표 상업지역인 라페스타의 일부 주점도 젊은 손님들을 끌기 위해 업소 전체를 각종 핼러윈 장식들로 꾸며 놓고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핼러윈 데이’ 특별 이벤트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또한 수도권 외곽지역의 대형 카페와 음식점들도 이날 사탕 등 기념품과 무료 사진촬영 등 각종 핼러윈 이벤트를 홍보하며 가족단위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의정부시 행복로의 한 주점 업주는 “거리두기 1단계로 내려간 상황에서 주말이 낀 핼러윈 데이는 상가들에게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한꺼번에 많은 손님들이 몰려들 경우 본의 아니게 방역지침이 무너져 주민들의 신고로 단속을 당할까 봐 미리 걱정하는 업소도 있을 정도”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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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방역당국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 클럽에 이어 홍대 주점을 방문한 사람 중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2020.5.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핼러윈 데이는 어린이집이나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도 피곤하게 하고 있다.
지역의 각종 맘 카페에는 자녀의 핼러윈 의상이나 소품을 구한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영은씨(37·여·고양시)는 “어린이 집에서 핼러윈 파티를 한다고 해 급하기 딸 아이의 마녀 의상을 구하고 있지만 대형 마트에서는 이미 품절이라 인터넷 중고사이트와 맘 카페에 글을 올렸다. 또 아이 편에 어린이집에 보낼 과자를 만드느라 밤 늦게까지 고생했다”고 말했다.
일부 어린이 영어학원에서도 이번 주 앞다퉈 핼러윈 행사를 개최, 인기있는 의상의 경우 웃돈을 주고 구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김유경씨(35·여·파주)는 “기성 세대들에겐 낯선 날이지만 아이들이 너무 기대하고 있어 인근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이것저것 조명과 소품, 옷들을 사 조용히 집에서 분위기를 내려고 한다. 코로나19 시국에 다들 경각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