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등대처럼
오래전 충북의 어느 도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P박사는 그 지역에서 열린 강연회에 강사로 온 교수 3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되었는데, 그들 중 H라는 교수는 P박사와 사제지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기독교인인 H교수는 제자인 P박사가 종교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교수들이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고 있었는데, H교수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제자인 P박사에게 할 말을 잊고 왔다면서
다른 교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자인 P박사에 집으로 되돌아가서 그 제자와 무슨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돌아와 서울로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P박사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P박사 뿐만 아니라 그의 가정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고, 그의
병원 분위기도 전연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가 그처럼 변화된 것은 바로 그의 스승 H교수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P박사가 교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던 그날, 기차역으로 가던 은사 H교수가 불편한 몸으로 지팡이에 의지하면서 힘들게 가던 길에서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무엇인가 놓고 간 것을 가지러
오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은사는 P박사의 손을
꼬옥 붙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자네한테 꼭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되돌아왔네……자네, 예수 믿게! 예수
믿어야 되네!”
H교수는 제자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으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제자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예수 믿으면 인생이 달라지네, 세상을 보는 눈도 새로워지고……. 예수 믿게. 나 이 말 꼭 전하고 싶어서 되돌아 왔어. 꼭 예수 믿게!”
거동도 불편한 노교수가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리면서 먼 길을 되돌아와 들려준, “예수 믿게!”그
한마디가 P박사의 가슴 속에 깊이 박힌 채 계속 고동치고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기독교의 진리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노 스승의
그 진정어린 사랑의 권고와 길 잃은 양과도 같은 제자를 구원하려는 간절한 눈빛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노 스승의
그 거역할 수 없는 어떤 강렬한 힘이 그로 하여금 기독교의 문을 두드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그는 결국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옛날 성 프란시스코가 수도원에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수도사들을 대동하고 인근 마을로 전도 행차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곳에서 사람들이
반기며 환영을 할 때마다 프란시스코는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고, 때로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대화도
나누면서 그들과 어울려 여러 시간을 보낸 후 수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도하러 가자고 나섰던 스승이 전도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돌아온 것이 이상해서 제자들이 스승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프란시스코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전도는 꼭 말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보는 평화로운 모습, 기쁨 가득한 미소, 사랑
넘치는 눈빛, 경건한 태도 등을 통해서 전도는 더 잘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가 방금 마을을 돌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우리의 일거 일동을 통해 아무런 교훈이나 감동을 주지 못했다면 아무리 유창한 열변을
저들에게 토한다고 해도 그 말이 전도의 열매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등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빛만 발하면서 구명의 소임을 감당합니다. 전도에는 능란한 화술이나 언변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전도자 자신이 온전히 거듭난 신앙 인격의 빛을 몸으로, 삶으로
이웃과 사회에 조용히 비추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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