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기다리라!
가수 유승준이 최근 한국 복귀 시도를 했으나 여전히 냉대를
받으며 실패를 했다. 벌써 16년을 기다린 결과다. 유승준은 지난 11월 말 신곡 ‘ANOTHER
DAY’로 국내 복귀를 시도했으나 국내 유통사들의 거절로 복귀가 무산됐다. 그런데 그는 담담하게 한 마디를 남겼는데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가수로서의 꿈을 펼치기 위해 수 없이 복귀를 시도했으나 입국
자체가 거절당하고 끝내는 유통사들조차도 거절을 하는 등 기나긴 세월 동안 노력한 결과에 비하면 화도 나고 절망도 할 만하건만 성경을 인용하며 담담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조만간 그는 반드시 복귀에 성공하고 그동안
못다 누렸던 인기도 더 많이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인생이란 바로 그렇게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며 긴 세월 기다리며 간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인내하지 못하고 기다리지를 못한다. 특별히 우리 한국 사람들은 더 더욱 그런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오래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 두 사람이 필자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고 같은 교회에서 열심히 섬기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장로 투표를 했는데 두 사람이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할 만큼 했는데 목사님이나 교인들이 자신들을 몰라주고
있다며 그 교회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했다. 그래서 간곡하게 인내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라고 충고해줬다. 한 사람은 순종하고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충성해 장로가 되었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결국 그 교회를 떠났고 아직까지도
장로가 되지 못한 채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하고 있다.
인생은 그렇게 감정을 따라 행동하고 처신하는 것이 아니다.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줘도 내색하지 않은 채 묵묵하게 충성하고 기다리면 반드시
때가 오는 법이다. 그런데 조급해 인내하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게 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성경에 보면 시므온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예수님 오시기를
학수고대 기다렸던 사람이다. 실제로 예수님은 오신다고 말씀하신 이후 거의 600년을 기다리게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므온은 언제 오실 지도 모르는 예수님을
기다렸다. 그런데 성령님께서 어느 날 그에게 말씀해 주셨다. “네가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하리라”고 말이다.
이런 일들을 두고 사람들은 ‘지성지감천’(至誠之感天)이라고
하는 것이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감동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는 하늘까지는 아닐지라도 사람이 감동할 수 있는 정도의 정성은 가져야 한다.
작금의 여러 삶의 형태를 보면 사람을 감동 시키기는 커녕
너무나 많은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그렇다.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46명이 자살한다고 하니 가히 자살 천국이라고 할 만하다.
삶이 조금 힘들고 어렵다고, 남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모함한다고,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그냥 그렇게 소중한 목숨을 끊고 있다. 이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잘못된 삶의 양태다.
우리는 부모님도 생각해야 하고 자식들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님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묵묵히 인내하며 선하고 복된 날을 기다려야 한다. 성경에는 욥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한 순간에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7남 3녀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도 당대에 가장 부자였던 그는 그 모든 재산까지도 잃고 급기야는 건강까지도 잃어버린 채 자리보존하고
누워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입술로라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을 주신 이도 하나님이시고 또 다시 가져가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니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그의 아내마저도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어버리라”며 떠나버렸지만 그는 한결같이
때를 기다리며 인내했다. 세월이 지난 후 하나님은 그에게 모든 것을 갑절로 보상하셨다.
이런 이야기가 성경에 기록된 것을 보면 오늘 우리들로 하여금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절망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교훈을 주시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은 바로 그렇게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주셨다.
그것이 성탄절이다. 세상이 성탄절을 단순한 휴일(Holiday)로 바꿔 놓으려고
시도해도 성탄절의 고귀한 정신은 훼손시키지 못한다. 이 복된 계절에 시므온과 같이 예수님을 기다리는
거룩한 인내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성탄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의 은총으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 우리 그렇게 하라고 하나님께서 하늘을 버리시고 이 땅에까지
강림하셨기 때문이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