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사랑의
힘
오래
전 한국 방문 중에 어느 백화점에 들렀는데 천상의 소리와도 같은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그 목소리가 특이하고 아름다워 물어보았습니다. “도대체 저 노래 제목이 무엇이며 누가 부르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주인공은 바로 셀린 디온(Celine Dion)의 ‘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이었습니다. 가히 그 제목이나 그
목소리나 멜로디가 환상적이었습니다.
어리석게도
많은 사람들이 권력이나 돈으로 억압하고 사람을 지배하려고 하지만 실상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길은 그러한 힘이 아닙니다. 오직 사랑의 힘만이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21장에 바로 이 같은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게 남아 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예수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제자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상에
올라가실 때에도 베드로는 데리고 가셨고 십자가를 앞에 두고 몹시 괴롭고 지친 순간에도 베드로를 데리고 겟세마네 동산으로 오르시고 함께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정확하게 고백하기를, “주님은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고 하자 그의 이름을 베드로로 개명해주시고 친히 천국열쇠도 쥐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천주교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가장 큰 성당은 다 ‘베드로성당’으로 이름을
지을 만큼 베드로를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베드로는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열 두 제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특권을 주셨지만 그는 결국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부인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부인정도가 아니라 맹세하고
저주까지 하고 도망 가버린 자가 바로 그 베드로였습니다.
오래 전
조수미씨가 해외 공연 20주년 기념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특별공연을 가졌는데 공연이 끝나자 기자들이 찾아가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조수미씨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하고 말입니다.
그러자 조수미씨는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배신자”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배신자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조수미씨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느낄 것입니다. 인간으로 하지 말아야 할 가장 어리석은 것은 바로 배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도 아닌 예수님의 사랑 받던 제자 베드로가 그렇게 하였으니 그 같은 그에게 무슨 더 이상의
기대와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바로 그 같은 베드로를 예수님께서 친히 찾아가셨습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이 맡긴 모든 사명을 다 던져버리고 원점으로 되돌아가 물고기나 잡고 있는 그 현장으로 예수님께서
친히 찾아가셨던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베드로는 밤새도록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 채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예수님은
뭍에서 외쳤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져 보아라. 그러면
많이 잡힐 것이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님의 그 말씀 한 마디에 배가 가라앉을 만큼 많은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그래서 배를 간신히 끌고 뭍으로 나오니 예수님께서 친히 생선과 떡을 구워 아침상을
마련해 두시고 배신자들을 친히 먹여주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사랑입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버린 그 어리석은 인생들에게 만선의 축복과 허기진 배를 채워주시는 따뜻한 사랑이 바로 예수님의
본심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배를 채우신 다음 예수님은 조용히 그 베드로에게 물으셨습니다.
“네가 나를 더 사랑하느냐?”고 말입니다. 베드로가 얼마나 부끄러웠겠습니까? 털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시고 예수님은
베드로를 항복시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옛날 맡겨주셨던 사명,
즉 사도의 직분을 회복시켜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배신자의 악한 마음을 감동시켜
주었고 결국 사명을 감당하되 그 예수님을 위해 목숨도 버리고 순교할 만큼 충성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필자가
1990년 구소련 왕궁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불박물관이나 미국의 스미소니안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베드로의 순교를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순교하는 베드로의 모습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철의 장막 소련 왕궁박물관에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랑의 힘보다 더 큰 힘은 없는 것입니다.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