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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7 20:10
[바이든 시대-③] 내전 우려까지…내부 갈등 어떻게 수습할까?
계층-인종 분열 치유할 '최고치유사' 자격 충분해
'분열과 증오, 백인 우선주의'로 상징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패했지만 좌우 양 극단으로 쪼개진 미국 사회에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내전에 준하는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치유와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현 국면을 어떻게 타개할 지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출사표를 던진 시점부터 자신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사태(백인우월주의자들이 인종차별 반대 집회에 돌진해 17명이 죽거나 다쳤다)에 충격을 받고 인종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했다고 말해 왔다.
미국 CNN방송은 이런 바이든이 '최고 군통수권자'(Commander-in-Chief)에 빗대 '최고 치유자'(Healer-in-Chief)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인 노동자 계급 출신이자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러닝메이트인 자신이 인종갈등을 해결할 적임자라는 게 바이든의 주장이다.
사실 폭력 사태는 이미 대선 전부터 예고돼 왔다. 텍사스주에서는 지난달 30일 총기로 무장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민주당 유세 버스를 포위한 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선 내전이 벌어질 수 있으니 생필품과 총기를 쌓아두라는 말까지 퍼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올해 총기 판매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총기를 한 번도 구매한 적 없는 여성과 의료진들까지도 총기 구매에 나섰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비극적인 가족사를 바탕으로 치유자 이미지로 다가갈 것으로 예상된다. 1972년 상원의원 당선 직후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13개월 난 딸을 잃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대선 기간에도 백인 경찰관에 희생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유족들을 만나거나 코로나19 희생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바이든은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는 한편, 인종갈등의 근본 원인이 경제적 불평등에 있다고 보고 유색인종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첫 흑인 여성 대법관 임명도 약속했다.
바이든 캠프에 공개된 정책을 보면, 바이든은 유색인종 주택 소유를 늘리기 위해 1만5000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유색인종의 주택 구입 및 임대를 어렵게 하는 인종차별적 조례와 주정부 규정을 폐지할 예정이다.
또 500억달러 이상의 벤처캐피털(VC) 펀드를 조성해 유색인종 기업이 소유한 소규모 기업에 지원하고, 300억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기금을 조성해 유색인종 공동체의 민관 발전을 촉진하기로 했다.
바이든은 공화·민주 양당으로 심각하게 분열된 정치도 통합해야 한다. 그는 이를 위해 '당보다 국가', 당을 초월한 공동의 의제와 정신을 강조한다.
바이든은 지난 2007년 출간된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에서도 "주요 현안 중 80%는 근본적으로 나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먼저 상대에게 존경심을 보여준다면 그들이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줄 것"이라며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이 미국에서 수십년간 고조돼 온 극심한 적대감을 끝낼 순 없겠지만, 화해를 위한 길을 걷기 시작할 수 있다"면서 "바이든은 민주주의가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인 '회복'(renewal)을 갖고 백악관에 입성할 것이다. 이는 미국을 세계의 등불로 만들었던 민주주의 본질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