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정(시애틀
동양선교교회 사모)
지난주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친구가 좋은 소식을 들었다며 나에게도 알려준다고 했다. 무료 독감
예방접종 행사였다.
나는 건강을 타고 났다고 은근히 자부해왔지만 몇 년 전부터
겨울이 반갑지 않았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독감 손님을 피하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올해는 우리 동네 은행에서 무료로 놔준다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도 이 기쁜 소식을 주위의 아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다음
날 예정시간보다 일찍 집에서 멀지 않은 유니뱅크 벨뷰 지점으로 달려갔다.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 행사는 은행측이 경비와 장소를 제공하고, 한인 의료봉사단체인
코너스톤의 회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와 접종해준다는 사실을 서류접수를 위해 기다리면서 알게 됐다.
많은
경비를 부담한 은행 측은 말할 것도 없고, 휴일인데도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러 나온 코너스톤 회원들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험이 없는 한 집사님도 얼마 전 신문에서 무료검진에 관한
기사를 읽고 물어 물어 찾아간 곳이 코너스톤이었다고 했다. 거기서 간단한 검진을 받았는데 유방에 혹이
있는 것이 발견돼 조직검사와 함께 간단한 수술을 무료로 받았다고 했다.
주위에 보험이 없는 분들이 많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일반 병원에서 그 정도의 검사와 수술을
받으려면 적지 않은 치료비를 부담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병원에 선뜻 찾아갈 수가 없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기쁘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11살 딸에게 “너에게 지금 20달러가 있다면 무엇에 쓰겠니?”라고 물었다. 딸은 이것저것 쇼핑할 품목들을 꼽았다. 듣고 보니 딸이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 돈으로 10명이 한 끼를 먹을 수 있다고
말해주니 딸이 놀랐다. 20달러로 10명이 식사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시애틀 다운타운의 유니온 복음선교 구제센터에서 해마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앞두고 무숙자들의 무료취식 서비스를
위한 모금행사를 벌이며 우리 집에도 캠페인 유인물을 보내온다.
나는 적은 액수지만 19달러 20센트를 보낸다. 우리
가족이 한번 외식하기에도 부족한 그 돈으로 10명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철을 맞아 크지 않더라도 작은 것부터
사랑의 손길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작은 사랑이 모여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 가족과
이웃과 온 한인사회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지난 일요일 페더럴웨이에서 열린 코너스톤 합창단의 정기공연에
참석했다. 의료단체 코너스톤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찬양단이지만 그날 공연의 성격이 의료단체 코너스톤의
기금조성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음악도 듣고, 바로
전날 무료 독감주사를 놔주던 코너스톤 회원의 얼굴을 떠올리며 적은 액수를 헌금했다.
따가운 주사바늘과 함께 들어오는 차가운 기운의 백신이 유난히도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