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목사
뭣하러 하세요?
같은 시애틀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한 선배가 은퇴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그 교회 교인 한 사람이, “목사님
평생 목회를 하고 은퇴하시는데 남은 삶도 보장이 안되고 살아갈 날을 걱정하시는 것을 보니 목사 그거 별로 좋은 직업 아니네요. 은퇴도
보장 안해주는 그런 목사 뭣하러 하세요?”라고 하더란다.
실제로 그 선배는 은퇴 후의 생계를 위해 스쿨버스를 운전해야 하나? 하고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목사가 아닌 사람들이야 그게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조차 되지 않겠지만 필자에게는 가슴에 조용한 파문이 일어나는 서글픈 말로 들려졌다.
사실 보잉이나 주정부에서 평생 일했다면 은퇴하고도 똑같은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목회자는 어려서부터 거의 반세기를 교회에서 헌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퇴하고 나서 살아갈 날을 걱정해야 한다면 너무나도 초라하고 안타깝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에는 주님을 위해 죽을 각오까지도 하였었고, 먹고
사는 것 따위로 연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늙어 은퇴하고 살아가야 할 일을 걱정해야 한다면 자식들 앞에서도 초라하고 스스로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00세 시대라 아직도 건강하고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아무도 목사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유수 신학대학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일반대학으로 변신하고
있다. 예일이나
프린스턴 같은 대학들도 처음에는 다 신학대학이었다.
은퇴하기 전에도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은퇴 후에는 살아가야 할 현실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니 젊은이들에게는 확실히 매력이 없는 직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죽고 다시 태어나도 또 신학대학에 들어가고 목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도 굶어 죽지 않고 살아오도록 지켜 주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넉넉히
살아가도록 인도해 주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목사는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하나님께서 부르셨기 때문에 순종하고 응답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 목사를 부르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의 삶을 책임져 주실 것이다. 필자는
뜻밖에도 영국에 갔을 때 WEC선교회를
창설한 찰스 스터드선교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옥스퍼드대학에 진학했고 크리켓 운동도 곧
잘 하여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다. 그러한 그가 우연히 캠퍼스에서 열린 부흥회를 통해 무디의 설교를 듣고 구원의 기쁨을 회복하였고
크리켓 동료들을 주님께 인도하였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행복한 삶의 비결이란 바로 주님께서 그것을 원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시는 것임을 깨닫고 삶을 온전히
하나님께 바치고자 결단했다.
그는 백만장자인 아버지의 유산으로 엄청난 재산을 상속 받았지만 “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라” 하신
말씀에 순종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홀연히 선교사가 되어 선교지로 떠나 오늘의 위대한 WEC을 창설해
전 세계에 선교사들을 파송하는 세계적 선교회로 발 돋음 하였다. 우리 교회에서 서부아프리카 기니, 몽골, 태국에
파송한 선교사들은 한결 같이 다 이 WEC선교회에 소속돼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은 그 삶을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는 종들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삶을 인도하시고 천국까지 예비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스터드 선교사는 자신의 그 엄청난 재산을 다 나누어
주고 빈손으로 평생토록 하나님의 일을 감당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 주의 종들도 비록 빈손으로 시작하였고 또한 빈손으로 은퇴를 한다 해도 반드시 하늘의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줄 믿고 세상에 기죽지 말고
끝까지 당당해야 하겠다.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가 다 하나님께 달려 있는 것이기에 먹고 사는 문제로 시름할 일이 아니다. “뭣하러
목사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이제 명쾌하게 대답해 주어야 하겠다. “하나님께서 시켜서 합니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