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장)
표절(剽竊)과 학위(學位)
필자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8ㆍ15 해방당시까지 유소년기를 중국 (만주)에서 보냈다. 그 당시 만주는 일본 통치하에서 ‘五族協和’(오족협화)라는 구호아래 한(漢), 만(滿), 몽(蒙), 조(朝), 일(日)의 五族으로 구성된 일본이 수립해준 괴뢰만주국이었다.
여기에 필자의 선친 병원에 찾아온 백계러인(白系露人)환자를 합하면 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사회에서 해방 당시까지 중학교육을 받았다.
근 90년 평생을 살아온 필자는 나름대로 한자공부를 할 만큼 했다고 자처하는데 위 제목의 剽竊(표절)이란 두 한자는 한번도 써본 적이 없다. 보고 베껴 쓰기(표절?) 조차 힘든 두 글자로 베껴 쓰지 말라는 뜻을 풍기는 어려운 두 글자이다.
고래로 한국인은 사회적 지위와 직위에 관심이 많기로 세계에서 으뜸가는 민족인 것 같다. 극심한 경쟁 사회속에서 남보다 우위에 서고자 함은 인간의 본능이나 그 우위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장관은 물론, 하급 계장(係長)에 이르기까지 한번 받은 직명은 당사자 이름 뒤에 평생토록 따라다닌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대 구호처럼 한번 장관, 회장 역시 영원한 장관, 회장으로 남게 된다.
사장, 장로 등 사회적 직위도 위의 공직과 동등히 영구불변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 극단적 사례는 구멍가게 주인을 흔히 ‘사장’으로 부르는 것이다. 상대방을 치켜 올리는 것은 좋은데 그것도 정도 문제지 구멍가게 주인을 갑자기 사장으로 받들면 곤란하다.
한국에서는 외국에서와 같은 적절한 보편적 공용 호칭어가 없다. ‘님’이란 단어가 있지만 이 또한 적절한 표현이 되지못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Mr.(미스터), 일본에서는 ‘산’ 또는 ‘사마’, 중국에서는 ‘선생’이란 간단한 호칭으로 거의 모든 경우에 통용되고 있다.
위의 공사(公私) 직위 외에 학위 취득, 특히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부정행위가 빈번히 보도되고 있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자아내는 현상이다. 즉 남의 논문과 작품 등을 일부 도용(표절)해서 내 것처럼 발표해서 부당 학위와 이득을 취하는 불법행위이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해방 이후 학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못한 시기에는 돈으로 논문과 박사학위까지 살수 있는 적이 있었다. 미국에도 정부 문교부와 전국대학평의회(CHEA)인가를 받지 못한 사기성 가짜대학이 있으며 소요 금액만 지불하면 가짜 학위증서를 발급 받을 수 있어 일부 과욕 한국인들이 가끔 이런 곳을 이용해 학력위조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에서 표절이 발각되면 그 순간 당사자의 해당 논문이나 작품이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면직(免職)과 동시에 사회에서 깨끗이 매장돼 버린다.
학제(學制)가 정비된 현 시대에도 표절은 계속되고 있다. 표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고도의 학식과 지능이 필요하다. 표절 문장이나 작품이 검증인이나 전문인에게 쉽게 발각되지 않게 교묘히 자기 것에 혼합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의 서울대 석박사 논문표절 의혹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서울대 석박사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당국이 본격 조사에 나섰다.
여기에 현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연세대 석사논문이 표절의혹에 휘말린 것을 보면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표절사례가 무수히 존재할 것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추미애 장관의 경우는 그 당시 학계의 논문작성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는 이유로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듯하다. 논문표절에 따른 가짜 학위는 곧 당사자들의 인간성과 양심문제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명인사 자제들의 허위 표창장과 각종 허위 인턴십 증서 난발 역시 경이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자제들이 나쁘다기보다 그들의 부모들이 솔선수범 불법행위를 앞장서서 도와주면서 하등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적 견지에서 참 슬픈현상이 아닐수없다.
양심이 결여되고 거짓이 횡행하고 불법이 용인되는
국민에게는 미래가 약속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