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승인 절차 안 거쳐…트럼프는 전문가 의견 중시"
미국 백악관이 최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겨냥한 일부 당국자들의 비판은 백악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알리사 파라 미 백악관 전략공보국장은 15일(현지시간)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언론 기고문을 통해 파우치 소장을 비난한 것과 관련, "나바로의 기고는 백악관의 통상적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서 그의 개인적 견해일 뿐"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파라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에 대한 의료전문가들의 조언을 중시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백악관 관계자도 "나바로의 이번 기고는 그의 독단적 행동으로서 백악관은 그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변인실에선 그 기고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에 앞서 나바로 국장은 USA투데이 기고문을 통해 "파우치는 대중들의 비위는 잘 맞추지만 내가 그에게서 들은 건 전부 '틀린'(wrong) 얘기였다"면서 파우치 소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나바로 국장은 특히 최근 자국 내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치명률 감소는 우리 경제의 정상화 속도를 가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인데도 파우치는 '그건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며 "내게 그의 조언을 듣느냐고 묻는다면 난 '회의적이고 조심스럽게'라고 답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4월 비즈니스인사이더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미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로서 현재 미 정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파우치 소장이 자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정부 당국의 경제활동 정상화 조치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자 그에 대한 백악관 당국자들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파우치 소장이 자칫 올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바로 국장에 앞서선 댄 스커비노 백악관 디지털 전략선임보좌관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파우치 소장을 조롱하는 풍자만화를 게시했다. 또 코로나19 유행 초기 파우치 소장의 발언 중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만을 따로 모은 자료도 백악관 관계자를 통해 언론에 제공됐다고 한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이 같은 '파우치 헐뜯기'는 일부 인사들의 일탈 행위일 뿐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 당국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나바로 국장 기고와 관련, "내부 인사에 관해선 언급할 수 없지만 마크 메도스 대통령 비서실장이 챙기고 있다"고 말해 나바로 국장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파우치 소장은 15일 보도된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백악관 당국자들의 연이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며 사임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