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식 駐코스타리카 대사
<시애틀총영사관을 거쳐 현재 駐코스타리카 대사로 근무하고 있는 윤찬식 대사가 6.25한국전 70주년을 기념해 코스타리카 일간지인 '델피노 코스타리카에 스페인어로 기고한 글을 한국어로 번역해 게재합니다/편집자註>
평화를 향한 70년의 오디세이
오늘 6월25일은
한국전 발발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년 후, 베트남전 개시 5년
전에 발생했습니다. 유엔군으로 16개국이 파병하였고, 약 40개국이 물자지원 등을 하였으며, 최소 137만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실종자도 발생하였습니다.
한국전은 냉전. 이데올로기 대결 상황에서 가장 큰 전쟁으로 간주됩니다. 이 전쟁은 비극, 치유 불가능한 참사, 이산가족 문제에다 잿더미만 남기게 되었으며
한반도를 상처와 모순으로 가득차게 만들었습니다.
전쟁후 한국은 1인당 GDP 76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고, 차가운 평화 속에서
북한과의 체제경쟁, 상호증오, 긴장 등에 시달렸습니다.
70년 후, 남북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지만 인구로는 2배(남한 5,100만명, 북한 2,500만명), 경제력 53배, 1인당 GDP 25배. 무역규모 400배 격차에, 남한은 OECD,
G20 회원국에다 최고의 혁신국가로 발전했습니다.
그동안 남북한은 긴 순례처럼 평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1971년
이래 남북회담 667회, 266건의 남북합의서, 90건의 공동보도문 채택, 1991년에는 유엔에 동시가입도 했습니다.
1991년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있었고, 2005~2015년 개성공단에서는 125개 남한기업이 5만5,000여
북한노동자와 협력함으로써 하나의 상징적인 통일지역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남북한은 현재까지 정상회담 5회(2000,2007,2008)를 가졌고 노벨평화상을 방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 최초 정상회담인 6ㆍ15회담은 역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최초로 북미정상회담 2회에, 2019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 남북미 정상회동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평화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고
시시포스(Sysphus)의 바위처럼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굴곡을 겪었습니다.
여러 합의들이 이행되지 않아서 신뢰문제를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은 6회 핵실험, 수십 차례 미사일 발사시험으로 한국, 미국 등을 위협했습니다. 이에2006년 이래 10개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가 부과되었습니다.
지난 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다시 위협수준을 끌어올림으로써, 실망감을 야기하고 상호증오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남북관계가 이렇게 악화될 때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확실한 원칙과 가치로 평화를 향해 전진해야
합니다.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고, 상호 존중과 인정이
있어야 평화가 가능하며, 끝없는 대화와 협력만이 평화를 강화시킬 것입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수상이 말했듯이 “평화가 전부가 아닐 수 있지만, 평화없이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은 3대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즉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입니다. 증오로 증오를 절대 이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구축입니다. 우리에게는 평화가 경제이고 평화가 우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평화는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누가 대신 갖다 주지도 않습니다. 남북한은
자기결정권으로 스스로의 새로운 운명을 결정해야 하며, 국제적 협력과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모든 남북합의서는 한반도의 나침반이자 건강증명서가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70년에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듯 지난 악순환과 단절하고, 신뢰축적ㆍ지속가능한
행동들로 평화공존을 일구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내전 종식에
합의한 1948년 코스타리카 Ochomogo 협약처럼) 항구적 평화, 구조적 평화, 불가역적
평화를 만들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