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총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한 적이 있다. 세계예수교장로회
총회장으로 초청을 받았다. 총회에 한 번 참석하기 위해 한국까지 가는 것이 이리저리 부담도 되었지만
지난 5월 우리 총회 때에도 그쪽 총회장과 임원들이 참석해주었기에 결단을 하고 참석했다.
서울 충현교회에서 모였는데 목사 장로 총대가 1,500여명이 모인
거대한 총회였다.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뤄 친구들과 전화로 어디에서 만나자고 했으나 도무지 찾을 수조차
없을 만큼 거대한 총회였고 그 역사 또한 100년이 훨씬 넘은 총회라 멋이 있었다.
그곳에서 세계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자격으로 총회를 대신해 연설하는 것은 그 자체로 영광스러웠다. 단순하게 수적으로만 본다면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수천 명이 모인 성도들 앞에서 설교도 여러 번 해보았지만
동창 선후배 목사 장로 그것도 150개가 넘는 노회 대표로 모인 총회 앞에서 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를 막론하고 출세하려고 하고 권세를 잡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권력의 맛에 취하면 아편에 취하는 것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총회를 마치고 호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에 잠깐이지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필자가 타고 가는 택시 운전기사는 얼핏 보아도 70이 훨씬 넘어 보이는 왕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거의 자정을 넘었는데 그 시간까지 그렇게도 복잡한 서울거리를 운전하고 다니면 그 얼마나 피곤할까?
도대체 이 할아버지는 평생토록 뭣하다가 남들 다 쉬는 이 깊은 밤까지 고달프게 택시 기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조금 전까지 보았던 전국에서 가장 잘난 목사 장로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더욱 그 할아버지가 초라해 보이고 불쌍해 보였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연세도 제법 들어보이시는데 이렇게도 늦은 시간까지 운전을 하시면 너무 힘들지 않습니까?” 하고 말이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고급 공무원을 하다가 은퇴를 하고 산행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잔도 돌리며 그렇게 원 없이 시간을 즐겼는데 그것도 잠시이고, 6개월도 되기 전에 일어나도 할 일이 없고 나가도 만날 사람도 없는, 그야말로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옥처럼 힘이 들더란다.
그래서 궁리 끝에 뭔가를 해야 되겠다 싶어 8,000만원을 주고 개인택시를 사서 이렇게 일을 한다는 것이다. 조금 피곤하기는 해도 일하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모른다고 했다. 개인 택시를 하다 보니 그 누구의 간섭도 없고 일하고 싶으면 나가고 피곤하면 안 나가면 되니 참으로 좋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움직이면 돈이 되는데 왜 가만히 놀고 있는가 싶어 자꾸만 욕심이 나서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되어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도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면서 조국이라는 사람을 보면 불쌍하다고 또 훈수를 두었다. 민정수석도 하고 서울대학교 교수도 하면 웬만큼 출세도 했는데 왜 또 장관까지 할려고 저렇게 욕을 먹고 가족 모두 다 망가지고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는 것이었다.
잠시 만난 그 할아버지 택시 기사를 통해서 하루 종일 세상에서 제일 잘 난 목사 장로들로부터 받지 못했던 인생의 진리를 배웠다.
“일을 하는 것이 축복이다”는 것과 “욕심만 다스리면 편안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다. 기사양반이 고백하였던 것처럼 자신도 나이를 잊고 움직이면 돈이 나오니 그 욕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육신이 망가지는 줄 알면서도 밤새 운전을 하면서 조국이 욕심낸다고 핀잔을 주는 그 모습이 바로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남은 잘도 가르치면서 자기 자신 하나도 가르치지 못하는 필자가 바로 그 장본인 것 같아 조금은 씁쓰름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인 것이다. 함께 걸으면서 더불어 배우고 미워하면서도 교훈을 받는 그런 사회적인 존재들 말이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도 만날 수 없고 서로 얽히며 일도 할 수 없어 지옥 아닌 지옥을 체험하고 있다. 모두들
힘든 시기지만 한 가지 배울 수 있으면 고통 중에서도 얻는 것이 있을 것 같다.
바로 “일하는 것이
축복이요, 욕심을 다스리는 것이 최고의 인생이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고통도 결국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기왕에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교훈이라도 얻고 변화의 기회로
삼으면 복이 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