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 부실심사 조롱하며 보잉이 FAA 로비 정황 폭로
보잉 내부 직원들조차도 지난 2018년과 2019년 연이은 참사로 전세계에서 운항 정지를 당한 보잉 737 맥스 기종에 대해 규제당국의 부실 심사를 지적하며 “내 가족이면 737맥스에 안 태운다”고 조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과 로이터 통신 등은 9일 보잉이 연방 의회에 제출한 내부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문서에서 보잉 직원들은 연방항공청(FAA)의 항공기ㆍ조종사훈련 심사가 부실하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잉이 원하는 대로 승인을 받으려고 FAA를 상대로 로비를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737맥스 기종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에 이어 이듬해 3월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항공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346명 전원이 숨졌다.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맥스 기종의 자동 조종 프로그램에 결함이 있었고, 조종사들에게 이러한 결함을 숙지시키지 못해 기체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잉이 의회에 제출한 문서를 보면 2017년 4월 맥스 기종의 조종 프로그램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는 메신저 대화에서 한 직원은 “이 기종을 설계한 건 광대들이고, 그 광대를 감독하는 건 원숭이들이지”라고 꼬집었다.
‘감독하는 원숭이들’은 다름 아닌 FAA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2018년 한 직원은 동료에게 “맥스 시뮬레이터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탄) 비행기에 네 가족을 태우겠어? 나는 안 그러겠다”고 말하자 다른 직원도 안태운다는 의미인“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맥스 조종사 교육용 시뮬레이터가 미흡한데도 FAA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뜻이다.
다른 직원은 FAA를 상대로 한 업무에 관해 말하면서 “내가 작년에 사실을 숨긴 일은 아직도 하느님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2015년에 작성된 직원의 글에는 보잉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훈련 시뮬레이터를 승인받으려고 FAA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친 정황이 나타났다.
이 직원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며 아마도 최종 협상 시점에 최고위층에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고 요청했다.
보잉은 당국과 의회의 자료 요구에 일부분을 가린 형태로 제출했으나, 지난달 전체를 볼 수 있는 형태로 다시 내놓으면서 직원들이 당국을 조롱한 내용이 새로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보잉은 직원들의 조롱성 대화에 대해“회사의 실제와 추구하는 바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서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