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다향 명창 이끄는‘국악한마당’에도 박수 쏟아져
목이 터질듯한 그의 소리엔 한 민족의 삶과 그리고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더욱이 100세를 앞둔 국악 거장(巨匠)이 혼신을 다해 토해내는 절규에는 서민, 특히 이민자들의 삶을 달래주는 회한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지난 주말인 7일 밤 타코마에서 열린 ‘다시 만날 수 없는 전설, 이은관의 배뱅이 굿’공연장은 '살아있는 전설'이 선사하는 '세기의 공연'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워싱턴주 동부지역과 멀리 오리건주에서까지 1,200여명의 한인들이 몰려 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판타지 극장을 가득 메웠다.
이은관 선생을 아는 한인들이 주로 50세 이상인 데다 공연장이 상대적으로 남쪽인 타코마에 위치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객석을 다 못 채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대성황이었다.
김윤숙씨가 영어와 한국어로 사회를 보는 가운데 송영완 총영사는 “TV가 귀하던 시절, 이은관 선생의 국악한마당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다 모였던 기억이 있다”고 추억을 되새겼고, 김준배 미주한인회 서북미연합회 회장은 “이은관 선생이야말로 국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우리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그의 시애틀 첫 공연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은관 선생의 제자인 권다향 명창이 이끄는 국악한마당 단원들과 이 선생의 뒤를 이어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김경배씨 등이 1부로 마련한 달거리ㆍ태평무ㆍ가야금 병창 등은 소리를 통해 한국 전통 모습이 재현되는 듯 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올해 96세인 이은관 선생이 제자 김경배씨 등과 함께 펼친 ‘배뱅이굿’이었다.
특유의 “왔구나~”라는 외침에서도 전국 팔도의 사투리를 써가며 펼치는 굿은 한 편의 한국형 오페라 공연이었다.
다리가 약간 불편해 의자에 앉았다가 흥에 겨우면 몸을 일으켜 세워 소리를 토해내는 이은관 선생의 소리와 말, 몸짓은 그야말로 하나 하나가 인간 승리요, 예술이었다.
특히 이은관 선생은 공연 도중 “땡큐”라며 영어로 장단을 맞춰 웃음을 선사하는 유머와 해학을 보여줬고, 관객들은 그의 열연에 아낌없는 탄성을 쏟아냈다.
90세를 남긴 박남표 초대 타코마 한인회장은 “오늘 공연은 이은관 선생의 공연이 아니라 대한민국 축제”라고 기뻐했다.
시애틀총영사관과 한국일보, 아태문화센터 등이 특별 후원하고 시애틀N도 후원해 이뤄진 이번 공연의 피날레는 시애틀지역 국악인들의 모임인 국악한마당이 나와 우리 귀에 익숙한 경기민요 메들리를 부르는 것으로 짜여졌다.
출연진과 관객 모두가 일어나 ‘아리랑’을 힘껏 부르는 것으로 이날 공연은 막을 내렸다.
권다향 명창은 “스승인 이은관 선생님의 공연을 통해 국악이 시애틀 한인들에게 한발 더 다가간 것 같다”며 “국악 대중화는 물론 주류사회에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은관 선생의 시애틀 공연 모습 이모 저모를 사진으로 정리했다. /김성배 편집위원>
[이 게시물은 시애틀N님에 의해 2013-09-09 23:43:00 헤드라인 뉴스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