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깨고 나온 정유라 "삼성, 말 교환 계약도 알았다"
정씨 출석 두고 변호인-특검 '공방'
최순실씨(61)의 딸 정유라씨(21)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공판에서 "말 비타나V를 블라미디르 등 다른 말들로 교환하는 계약에 대해 삼성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정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12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 채택 이후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불출석 사유서까지 냈음에도 출석한 깜짝 등장이었다.
정씨는 이날 공판에서 '삼성 모르게 말 교환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정씨는 말 교환 계약을 삼성이 모르는 상태에서 최씨가 독단적으로 한 것이라는 삼성 측 주장에 대해 "말이 바뀌기 바로 전날 엄마(최씨)가 코펜하겐 공항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삼성 관계자 3명과 만났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씨는 한국에 들어와 마지막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승마코치 캄플라데와 통화해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며 필요하면 음성 녹음파일을 제출하겠다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검이 '캄플라데가 그 말을 한 이유는 삼성 관계자들이 어머니랑 만났는데 모를 수 있나, 삼성에서 말 교환을 몰랐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입장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삼성 측에서 세계승마협회 홈페이지에 말 '살시도'의 실소유자가 삼성으로 등재되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소유자를 바꾸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정씨는 주장했다.
정씨는 '세계승마협회 홈페이지에 말 살시도의 실소유자가 삼성이라 기재된 것을 보고 최씨가 난리를 친 이유가 무엇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저 혼자만 있는데 지원받는 것을 알면 말이 이상하게 돌아 삼성에서 이름을 바꾸라고 하니 바꿔야 한다고 (최씨가 말했다)"라고 회상했다.
재판부가 홈페이지에 살시도 소유자가 삼성으로 돼 있는 부분을 삼성 측에서 바꾸라 했다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정씨는 "그렇다. 엄마(최씨)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 측이 "세계승마협회 홈페이지에 살시도 소유자로 삼성이 등재된 일이 없다. 정씨 프로필에 소속팀이 삼성으로 기재된 것으로 혼동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제가 확인한 것이 아니고 엄마한테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말 이름을 바꾸게 된 것도 삼성 측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정씨는 '최씨가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삼성에서 시키는대로 해야하니 토 달지 말고 말 이름을 바꾸라고 해 살바토르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정씨는 검찰에서 "제가 엄마에게 살시도를 구입하자 했을 때 '그럴 필요 없이 계속 타도 된다'고 해서 '내 말이구나'하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어머니한테 그런 말을 듣고 잘 해결돼 (살시도를) 소유하는 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깜짝' 출석을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은 장외 설전을 벌였다.
정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씨가 법정에 출석한 후 보도자료를 내고 "정씨의 이날 증언은 특정인의 압박과 회유 등으로 오염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주거지 앞에서 대기하던 승합차에 올라 법정에 출석할 때까지 종적을 감췄다.
특검 측은 "형사소송법에 의해 증인은 출석의무가 있다는 걸 정씨 본인에게 고지하는 등 합리적인 노력을 했다"며 "정씨의 자의적 판단으로 출석한 것이고 불법적인 출석 강요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씨는 법정에서 "출석을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검사가 (증인으로) 신청했고 판사도 받아들여서 나오게 됐다"며 자신이 판단해 출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 예정이었던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은 개인 사정으로 불출석했다. 그에 대한 증인신문은 19일 공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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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39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