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정농단 사태 3년여 만에 최종 사법 판단
말 3마리 뇌물성·경영승계 존재여부 운명 가른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사법 판단이 29일 내려진다.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2016년 말부터 이어져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2016년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그해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에 착수한지 2년10개월 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대법원 선고를 받는 건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란 등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이후로 22년 만이다.
이날 전원합의체 선고는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생중계가 허가됐다. 대법원은 대법원 페이스북과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 중계영상이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등에도 실시간 제공될 예정이라 TV로도 선고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상고심은 법률심으로 선고 당일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세 사람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을 전합에 회부한 뒤 넉달간 6차례에 걸쳐 심리한 대법원은 6월 종결 이후로도 2개월여 뒤인 이날로 특별 선고기일을 잡으며 고심을 내비쳤다.
핵심 쟁점은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로 인정할지와, 포괄적 현안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는지 여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보고,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도 있었다고 판단해 뇌물액을 86억여원으로 산정했다.
반면 이 부회장 항소심에선 말 3마리 뇌물성과 승계작업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액으로 판단해 이 부회장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아 풀려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두 쟁점을 전합에서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 부회장의 신병과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 항소심 판단과 달리 말 3마리 뇌물과 승계작업을 둘 다 인정하면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50억원을 넘게 돼 재수감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이어야 최저 징역 3년 선고가 가능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어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 승계작업을 도우려고 고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벌인 것이란 검찰 측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다만 '강요에 의한 뇌물'임이 인정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처럼 정상참작 사유가 돼 판사 재량에 따른 감형을 받아 이 부회장이 실형을 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형이 확정된다. 박 전 대통령의 총 형량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의 징역 5년까지 확정될 경우 징역 32년, 최씨는 이화여대 학사비리 혐의로 확정된 징역 3년을 합쳐 총 23년이 된다.
반면 대법원이 말 3마리 뇌물성과 승계작업 존재를 모두 부정해 이 부회장 형만 확정하면 이 부회장은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다시 받게 될 2심 재판에서 뇌물 인정액이 줄어들며 감형 취지의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 1심과 2심은 모두 승마지원금 70억여원(보험료 제외)을 뇌물액으로 판단했다. 2심은 여기다 1심이 무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까지 뇌물로 더 인정해 형량이 1년 늘어난 상태다.
또 대법원이 말 3마리 뇌물성과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중 하나만 인정할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 사건은 모두 파기환송심을 열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서 특가법상 뇌물혐의를 분리선고하도록 하는데 하급심이 합쳐 선고했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건만 파기환송될 수도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 전 대통령 지시를 적어뒀다는 '수첩'의 증거능력도 쟁점 중 하나다. 이에 대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심 판단도 엇갈렸다.
일각에선 전합이 원심을 깨되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스스로 양형 등을 선고하는 파기자판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경우 대법원이 피고인 신병 문제 등을 직접 결정하는 부담을 떠안게 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