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민주 집권당 바뀔 때마다 이전정부 정책 번복
이번에도 기후협약·WHO 관계·이민정책 등 복원 예고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 집권 직후 부시 행정부는 ABC 정책을 펼쳤다. ABC는 Anything but Clinton의 준말로, ‘클린턴은 제외’라는 의미다. 이는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모두 뒤엎는 것을 일컫는 용어로 널리 회자됐었다.
이번에는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자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정책을 갈아엎고 있다. ‘ABT’(Anything but Trump)라고 해야 할 판이다.
2001년 집권 당시 부시 행정부는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이른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정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세계화 시대를 풍미한 신자유주의 노선을 부정하며 클린턴 행정부의 모든 정책을 뒤엎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구하며 세계화를 적극 추진해 IT경기가 정점에 달했으며, 전세계가 큰 호황을 누렸다. 이후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와 동의어로 자리매김 됐으며, 세계화는 한동안 세계의 대세였다.그러나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들이 정권을 장악하자 클린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모두 엎어버렸다. 네오콘들은 미국 우월주의와 종교적 신념을 강조하는 극단적 보수주의 성향으로 힘에 의한 세계질서를 주장했다.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 출신인 바이든 당선자는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것을 뒤엎고(ABT)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을 서두르고 있다.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위한 정권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바이든 당선인이 주중 '기관검토팀'을 발족한다고 보도했다. 기관검토팀은 인수 업무를 담당한 참모들로 구성된다. 원활한 정권 인수를 위해 현 행정부의 핵심 기관들에 접근할 수 있으며, 예산과 인력 결정, 계류 중인 규정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바이든 당선자는 또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태스크포스(전담조직)를 발표한다. 팀은 12명 규모로 알려졌다.
바이든 인수위는 이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날인 내년 1월20일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계획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으며, 지난 7월 WHO 탈퇴를 공식 통보해 내년 7월 탈퇴를 앞두고 있다.바이든 당선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추진해온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다카)를 복원시키고, 이른바 '드리머'(Dreamer·불법 이민자의 자녀)들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슬람 국가 출신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도 해제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당선자는 코로나19를 제어하기 위해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미국 국민들은 곧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할 터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