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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06 01:22
[이기창의 사족]현충일:제복입은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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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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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창 뉴스1 편집위원>
“의무·명예·국가, 이 세 단어는 제군들의 기본적인 인격을 만들며, 장래에 국방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군들을 키우며, 자신이 약해질 때 그것을 인정할 만큼 강하게 만들며, 두려울 때 그것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용감하게 만들 것입니다. (중략) 만일 제군들이 기대를 저버린다면 올리브색, 갈색, 푸른색, 회색(미군 군복색깔)의 수백만 영혼들이 그들의 흰색 십자가에서 벌떡 일어나 다음과 같은 마술적인 문구를 부르짖을 것입니다. 의무·명예·국가를 잊지 말라는….”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West Point)가 배출한 불세출의 명장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가 1962년 웨스트포인트 생도들 앞에서 ‘의무·명예·국가’를 주제로 한 연설의 일부다. 위 내용은 ‘웨스트포인트 리더십(래리 도니슨 지음·황태호 옮김·초당)’에서 인용했다.
의무·명예·국가는 웨스트포인트의 좌우명이자 이상이다. 이상은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웨스트포인트는 1802년 창설 이래 이 같은 좌우명의 실현을 위해 인격을 갖춘 리더(장교) 양성을 추구해왔다.
인격을 갖춘 리더 양성은 이른바 ‘명예규범’의 생활화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사관생도로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속이지도 않고, 훔치지도 않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참지도 않는다.’ 명예규범은 어찌보면 아주 간단한 내용이다.
미래의 리더들은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명예규범을 목숨처럼 받들고,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지키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원래 자기 스스로에게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법이다. 명예보다 사익을 우선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명예를 팽개치는 사람이 이끄는 조직은 ‘우리’가 아닌 ‘그들’로 전락한다. 명예규범은 웨스트포인트 출신들에게 유혹과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삶의 나침반이 되는 것이다.
법관이 판결로 말하듯이 웨스트포인트 재학생과 졸업생은 명예로 말한다. 인격과 명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랄 수 있다. 명예는 곧 사회적 인격이다. 인격을 갖춘 리더는 무엇보다 공공의 선을 앞세운다. 사익은 뒷전이다. 개개인의 인격은 조직의 인격으로 발전한다. 국가의 품격, 즉 국격은 인격을 갖춘 조직들이 많아야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군은 사회의 수많은 조직 가운데서도 아주 특수한 위상을 지닌다. 명예와 사기를 우선하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 국군은 남북분단의 대치상황에 있기에 더욱 남다르다. 늘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유지, 더 나아가 통일의 근간이 바로 국군인 것이다.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숭고한 사명을 짊어진 국군의 명예와 사기를 좀먹고 무너뜨리는 방산비리(율곡사업비리)와 군납비리가 끊이질 않는다. 현충일을 코앞에 둔 지난주만 해도 전현직 장성과 영관급장교들이 군용침낭 선정과정에서 업체들의 로비에 놀아나 이전투구를 벌이다가 결국 사업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군의 철갑탄에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방탄복 아닌 방탄복을 납품한 업체와 전현직 장성의 비리가 적발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해군의 통영함·소해함 사업비리, 공군의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비리, 해상작전헬기 도입비리 등으로 해군참모총장 출신을 비롯한 전현직 장성들이 단죄를 받은 게 언제인가. 90년대에는 율곡비리사건으로 국방장관, 공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예비역 대장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었다.
어찌 보면 국군의 비리와 부패의 뿌리는 넓고 깊다. 대다수 국민이 너나할 것 없이 배고프던 시절인 50, 60년대에는 일부 군 간부들이 쌀과 부식을 빼돌리는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왔다. 그 여파로 젊은 장병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영양실조에까지 걸리기도 했었다. 50년대 국내신문을 보면 국군장병의 영양실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미국 언론에까지 보도됐다고 한다.
이적행위가 다른 게 아니다. 방산비리와 납품비리가 바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60만 장병의 사기를 좀먹는 이적행위다. 군의 부정부패가 결국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사례는 역사에 숱하게 기록돼 있다. 굳이 멀리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40년대 말 국공(國共)내전 당시 중국국민당 장제스(蔣介石)의 군대와 60~70년대 초 베트남전 당시 티우 대통령의 월남군은 미국이 원조한 최신무기로 무장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군 내부의 극에 달한 부정부패로 사기가 무너져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 결국 장제스는 중국 본토를 공산당의 마오쩌둥(毛澤東)에 내주고 대만으로 물러났고, 티우의 미국 망명과 함께 월남은 지도상에서 사라지고 대신 월맹이 통일베트남을 수립했다.
호국의 달 6월, 가장 경건해야 할 6월6일 현충일에 방산비리와 납품비리의 실상을 되풀이하는 소회가 못내 쓰디쓰다.
제복을 입은 삶은 경건해야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입는 옷이니까.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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