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4일 그리스 아테네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구제금융 찬성(NAI)과 반대(OXI) 광고판이 보인다. © 로이터=News1>
찬성하면 9월 조기총선으로 정치적 혼란
반대하면 그렉시트에 유로존 타격
그리스는 5일 국민투표의 결과와 무관하게 경제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부침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이번 투표에서 찬성이 이긴다면 일단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는 잔류한다.
하지만 반대를 지지했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내각은 퇴진하고 그리스는 거의 6개월만에 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반대가 승리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가능성은 더욱 커지면서 유럽통합의 상징인 유로의 안정성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투표 결과 찬반에 따른 향후 시나리오를 정리해봤다.
◇ 찬성하면 치프라스 총리 사퇴와 9월 조기총선 가능성
여![](http://image.news1.kr/system/photos/2015/7/1/1432118/article.jpg) 뺨에 "네(Nai· 예)"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인 그리스 여성들이 지난 달 30일 아테네 신티그마 광장에서 채권단 개혁안 지지 집회를 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찬성이 이긴다면 치프라스 내각의 퇴진과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채권단이 제시한 개헌안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그리스인들의 고통은 추가된 긴축으로 가중되면 됐지 줄 지는 않는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총리직을 걸고 공공연하게 반대를 촉구해왔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번 주 그리스 TV에 출연해 "그리스 국민이 굴욕적인 총리를 원한다면 그런 총리들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총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채권단이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요구한 긴축안에 대해 "그리스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투표 결과가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찬성하는 쪽으로 나온다면 치프라스 총리의 사임과 더불어 이르면 9월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프라스 내각 퇴진으로 발생할 정부 공백을 막기 위해서 그리스 대통령이 각 정당들을 소집해 과도 거국 정부를 구성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새로운 총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과도 내각이 국제채권단과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정당간 노선과 지향점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과도 내각이 구성되기도 쉽지는 않다. 중도 좌파 사회당(PASOK)은 반유로성향의 중도 '토포타미'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양당의 의석은 전체 300석 가운데 106석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 시리자와 현재 연정파트너인 독립그리스인당이 과도 내각을 이끌되 초당적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리들이 실무를 담당할 공산이 크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받았을 2011년 게오르기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사임한 이후 정부 공백을 테크노크라트 내각이 잠시 메웠다.
일각에서는 국민투표의 결과가 구제금융안 찬성으로 나오더라도 치프라스 총리가 즉각 사퇴하지 않고 조기 총선이 실시될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시리자당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과 협상을 지속하며 조기 총선이 실시될 9월까지 시장의 안정화를 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반대하면 새로운 협상과 그렉시트 가능성
![](http://image.news1.kr/system/photos/2015/7/3/1436246/article.jpg) |
3일 아테네 시내의 모습 © 로이터=News1 |
치프라스 내각은 반대 결과가 나오면 채권단과 즉각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유로존 관리들은 그리스 정부가 원하는 내용의 새로운 협상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집권당 시리자가 이끄는 내각의 관리들은 국민투표로 구제금융안의 반대가 우세하면 그리스 정부가 국제채권단과 협상에서 교섭력을 강화해 긴축조치를 완화하는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 국민들이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반대해도 그리스 정부의 교섭력 강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 정책입안자들은 그리스의 구제안 반대에 대해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며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금융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럴 경우 그리스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나며 유로존에서 고립될 수 있다.
그리스는 지난 달 30일 만기인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15억 유로를 갚지 못해 기술적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상황이다. 그리스의 재정이 당장 고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달 20일 만기가 돌아 오는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35억유로를 갚지 못하면 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ECB 채무 불이행으로 그리스 은행들의 생명줄인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 끊길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국민 투표 이후에도 은행들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은행 영업을 재개하면 대량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일종의 '차용증서'를 발급할 가능성도 있다. 차용증서는 유로를 버리고 자국 통화로 돌아가는 그렉시트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