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부실하고 가족들에게 전파 가능성…고위험군 45명 뒤늦게 별도시설 격리
보건당국이 뒤늦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의심 환자를 자택에 격리하는 현행 방역 대책을 뒤늦게 대폭 수정했다.
지난 30일 기준으로 격리 중인 129명의 의심 환자 중 50대 이상이면서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약 45명을 격리 시설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민관 합동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의심 환자 격리 수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의심환자중 고위험군 45명 별도시설로 뒤늦게 격리
우선 전체 의심 환자의 35%에 해당하는 고위험군 약 45명을 2곳의 별도 격리 시설로 이동하도록 설득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고위험군 대상자들을 강제적으로 격리하기보다는 최대한 설득 작업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설 격리에 따른 반발을 고려해 대상자의 생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설 격리 대상자는 50대 이상이면서 기저 질환을 보유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이는 수많은 우려에도 의심 환자를 자택에 격리하도록 한 정부 방역 대책에 결함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자택 격리의 신뢰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고 가족들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3차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역사회 전파를 뜻하는 3차 감염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메르스 발원지로 지목되는 경기도 평택 소재 B병원 8층 병동에 머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하면서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별도 시설에 격리되는 고위험군이나 일반 격리자 중 추가 확진 환자가 발생할 경우 3차 감염 위험성은 매우 높아진다.
![](http://image.news1.kr/system/photos/2015/5/31/1383951/article.jpg) |
서울의 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자택 격리
보건당국은 의심 환자에게 자택에서 호흡기 전파를 차단하는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족들과 밀접 접촉해 해당하는 2미터(M) 이상 떨어져 지내도록 지침을 안내했다. 또 하루 2차례 보건소 직원 등이 유선전화를 통해 발열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의심 환자들이 거주하는 주택 구조가 제각각인데다 장소가 협소할 경우 해당 지침을 지키기 쉽지 않다. 화장실 등 의심 환자와 일반 가족들이 공유할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의 전파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3차 전염으로 확산되면 전파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해도 감염 위험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심 환자 고위험군을 뒤늦게 별도 격리 시설로 옮기는 것도 3차 감염을 막기 위한 정부의 궁여지책이며,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정부의 방역 대책이 기존 매뉴얼에 집착해 결과적으로 환자가 늘어난 것을 인정했다.
3차 감염성 위험성도 100%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다. 간헐적으로 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의심 환자가 신고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확진 환자 15명 중 12명이 B병원 8층 한 공간에서 일어난 만큼 3차 감염 위험성을 낮게 전망하고 있다.
![](http://image.news1.kr/system/photos/2015/5/30/1383437/article.jpg) |
환자들이 자리를 떠난 한 의료기관./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 부실한 가택격리, 초동대처 실패와 어울려 3차 감염 가능성 높여
부실한 가택격리가 초동대처 실패와 어울려 3차 감염 가능성을 높인 것은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경기도 평택 소재 B병원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메르스 2차 감염자 15명중 12명이 이 병원에서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68세 남성인 첫 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20일 오후 1시께 B병원으로 역학조사관을 파견했으면서도 14시간 동안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첫날 B병원에서 정부 역학조사관들은 첫번째 환자 담당 주치의와 간호사 등 29명의 의료진을 면담만 했을 뿐이다.
조사관들은 이튿날인 21일 오전 10시가 돼서야 B병원을 다시 방문해 폐쇄회로(CC)TV 판독 등을 진행하고 조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일부 의료진과 환자에 대한 귀가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방역 구멍을 키웠다.
밀접 접촉자로 의심되는 의료진 16명은 자택으로 귀가시켰다. 의료진 중에서는 B병원에서 첫번째 환자를 간호한 46세 여성이 확진 환자가 됐다.
71세 남성인 메르스 여섯번째 환자도 첫번째 환자와 B병원 8층 같은 공간에 입원해 있었다. 이 환자는 1인실에 입원했고 최초 환자와는 10미터(M) 정도 떨어져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B병원 퇴원 후 자택에 머물다 지난 24일 고열 증상으로 서울 송파구에 있는 다른 대형병원 응급실에 갔다. 이후 27일 여의도 한 대형병원에 입원해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최초 환자가 입원했던 병동에는 당시 29명의 의료진과 52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초기조사에서 병원이 폐쇄되지 않고 환자가 12명이나 나온 29일에 가서나 자체 휴원형식으로 폐쇄됐다.
메르스관련 격리 대상자는 30일 기준으로 129명이지만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