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3-0으로 꺾고 4연승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잠시 승패를 내려놓고 남과 북이 하나가 됐다. 60분 간 빙판 위에서 혈투를 벌였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함께 어울려 기념 촬영을 했다.
새러 머리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랭킹 23위)은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A(4부리그) 북한(랭킹 26위)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한국은 4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조 1위를 유지했다. 반면 북한은 1연장승 3패로 잔류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8일 네덜란드(4승)와 우승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이날 경기장에는 한반도 티셔츠와 한반도 깃발을 든 500여 명의 남북공동응원단이 "우리는 하나다", "반갑습니다"를 연호하며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원주에서 왔다고 밝힌 김지현(23)씨는 "역사적인 남북 대결을 보기 위해 일찍 경기장을 찾았다. 이번 경기를 계기를 평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기장을 채운 5800명의 관중들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경기 중 파도타기 응원에, 득점이 터질 때면 커다란 함성이 쏟아졌다.
미디어의 관심도 뜨거웠다. 전 세계 46개국 79명 외신이 취재 신청을 마쳤고, 국내 취재진 200여 명까지 현장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역사적인 남북 맞대결을 앞두고 르넬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FH) 회장도 전격 방한, 경기 전 퍽 드럽(야구에서 시구와 비슷한 것)을 해 눈길을 끌었다.
남북공동응원단은 경기 내내 "힘내라 코리아"를 외치며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선 한국의 완승이었다. 한국은 1피리어드에만 2골을 넣어 리드를 잡았고, 한 수 위 기량을 발휘하며 3-0의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과 문영성 북한 대표팀 단장이 나란히 상대 국가 선수에 대한 경기 최우수선수 시상을 했다. 정 회장이 북한의 진옥에게 기념품을 건넸고, 문 단장은 한국의 이은지와 악수를 건네고 포즈를 취했다.
링크 중앙에 나란히 선 한국과 북한 선수들은 서로 나란히 서서 사진 촬영에 임했다. 북한 선수들은 패배의 충격으로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남북 선수들이 함께 모여 사진 촬영을 하자 관중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강릉에서의 남과 북의 만남은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