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북-중 떼어 놓기 일단은 성공
북한의 최대 맹방인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력수위를 높이자 북중관계가 한국 전쟁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전통의 혈맹이었다. 만약 한국전 당시 중국의 참전이 없었더라면 북한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시 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론’을 내세우며 한반도의 전쟁에 개입했다. 북한이라는 ‘입술’이 없으면 미국과의 완충지대가 사라지기 때문에 중국은 ‘이’가 시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양국은 1961년 조중 공동방위조약을 체결하는 등 항상 같은 길을 걸어왔다. 김일성이 덩샤오핑을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일화는 북중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 관계였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에피소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중관계가 눈에 띄게 소원해지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마라라고 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이면서 북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 "조중 공동방위조약 안 지킬 수도 있어"-환구시보
3일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가 “조중 공동방위조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자 북한도 “중국이 금도(red line)를 넘어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공산당 대변지인 환구시보는 3일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북중간 맺어진 공동방위조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자 ‘조중공동방위조약을 반드시 지켜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중공동방위조약은 1961년 맺어진 협정으로 조약국 중 한 나라가 외침을 받을 경우, 군사적 지원 등 즉각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양국이 평화와 안보를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환구시보가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할 경우, 평화와 안보를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조중 공동방위조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
환구시보는 북한의 핵 활동이 북한은 물론 중국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의 국가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경우, 이는 조중 공동방어조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구시보는 북한은 핵무기개발을 중단하고, 한미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한반도에 인접하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위험에 노출된다며 누구든지 간에 중국의 이익을 침범하면 이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북의 핵개발로 동북아 평화가 깨지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의 상황이 비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이 같은 마지노선을 지킬 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 "중국이 금도를 넘어섰다"-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개인 명의의 논평을 싣고 "미국이 요란하게 불어대는 위협공갈과 전쟁굉음에 심장이 졸아들어서인지 덩치 큰 이웃나라(중국)에서 사리와 분별을 잃은 언사들이 연일 터져 나와 현 사태를 더욱 긴장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중국이 금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최근 논평으로 대북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을 거론하며 “이것은 주권국가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자주적이며 합법적인 권리와 존엄, 최고 이익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며 친선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선량한 이웃나라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이라며 "조중 관계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는데 대하여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일부에서 나오는 동북 3성의 '핵실험 피해설'에 대해서도 아무런 과학적 근거와 타당성이 없는 억지주장이라며, 이를 떠드는 것은 북한의 핵 고도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의 속내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평은 "우리 두 나라 사이의 붉은 선은 그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의 존엄과 이익,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라며 "조중 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 핵은 존엄과 힘의 절대적 상징이며 최고 이익"이라며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북-중 떼어 놓기 일단은 성공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논평을 통해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에 사실상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통의 맹방인 북-중을 떼어 놓는 데 일단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한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