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매일 시끌…벼랑끝 백악관 직원들"
트럼프, 보좌진 위기관리·해명 노력에 비협조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과 관련해 잇딴 '헛발질'을 하면서 사태 수습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백악관 직원들이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백악관 직원들은 "트럼프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최악의 나날"이라며 "우리는 무력함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벼랑끝, 최근 잇딴 의혹제기에 백악관 직원들이 포위당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백악관 내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관료들은 아침부터 대통령의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발로 뛰어야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이스라엘로부터 제공받은 최고위급 기밀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공개했다고 폭로한 워싱턴포스트(WP)의 15일자 폭탄급 단독 보도를 초래한 이가 누구인지 색출해내고자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예루살렘을 방문할 때 이번 논란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방지하고자 바삐 움직였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오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의혹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터진 것.
'트럼프캠프-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던 코미 전 국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해임한 9일부터 백악관 관계자들은 정확히 1주 동안 언론의 질문 공세와 해명 요청에 시달린 셈이다.
게다가 NYT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과 FBI에게 '수사 외압'을 넣었다는 의미나 다름 없었다. 백악관 직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의혹 제기와 논란에 희망을 놓아 버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사태가 여기서부터 어떻게 흘러갈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모두들 백악관을 배회하며 '이 다음은 또 뭐냐'고 묻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조차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고 밝혔다. 저녁쯤 비녹화 브리핑을 시작한 스파이서 대변인은 기자단에게 유머나 농담 하나 없이 무미건조한 발언만 내뱉었다.
복수의 백악관 직원들은 자신들이 "수세에 몰려 있는 듯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걱정은 정보당국 내부 고발자가 누구인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 또 지금까지 나온 것 이외에 숨겨진 논란거리는 얼마나 되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또 뭐라고 말할지 등이다. 이들은 목을 길게 빼고 칼날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위급 백악관 관료들은 NYT 보도가 온라인에 올라오기 2시간 전부터 기사 내용을 인지했다. 다수의 관료에 따르면 보좌진들은 그 즉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가 "코미 전 FBI 국장에게 정확히 무엇을 말했냐"고 물었으나 백악관에게는 이를 입증할 메모나 녹취록이 없었다고.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해명 노력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코미 전 국장과 나눈 대화를 전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으며 보좌진들이 '사실상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게' 그냥 방치했다고 한 관료는 말했다.
이 관료는 "우리가 당시 회담장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우리는 아는 게 없다"며 "우리는 아직까지도 무슨 말이 오고갔는지 진짜로 모른다"고 절망스러워했다. 또 다른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대화 내용을 '녹취'했냐는 질문에 "그렇다면 우리 중 그 누구도 녹음본을 들어보지 못했단 얘기다"라며 냉소했다.
또 한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NYT 기사에 격노했으나 그로부터 1시간15분 뒤 관저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좌관들은 "후폭풍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우리가)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한 백악관 고문은 TV에 보낼 백악관 측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뭘 말해야 할지, 어떻게 논란을 수습해야 할지 감을 잡고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직원들의 해명 노력을 무시하는 것도 이들의 사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예컨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트럼프 기밀 유출' 논란 당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 대화는 없었다"고 단언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직후 "나는 러시아와 (기밀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공개 사실을 인정하자 의도치않게 무안해졌다.
트럼프를 수년 간 알고 지낸 한 고문은 "직원들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들은 코미 사태가 끝나기를 원하는데 트럼프는 이를 위해 아무것도 돕지 않았다" 고 우려했다.
결국 당일 저녁 백악관은 아무도 TV에 출연하지 말고 누구의 이름으로도 성명을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국자들은 아직 확실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관해 논의하면서도 이것이 또 다른 워싱턴발 의혹 보도에 따라 묻힐 것을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트위터를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며 "나 스스로 행운을 빌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