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신경전' 두 사람, 30분 간 비공개 대화
경직된 교황, 회담뒤 쾌활…멜라니아와 '피자농담'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취임 첫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20분쯤 바티칸의 청명한 푸른 하늘 아래 있는 사도궁을 방문했다. 아내 멜라니아 여사와 장녀 이방카,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가족들도 그 뒤를 따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이나 이민자 추방 등의 문제로 교황과 신경전을 벌여 왔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벽 문제를 문제삼아 그가 "기독교인이 아니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만남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AFP는 "겉으로만 그럴 수도 있지만 회담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검은 양복 차림에 하얀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 넥타이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교황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크게 미소 띤 트럼프 대통령은 "뵙게 돼 영광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면서 연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다.
교황은 옅은 미소를 띠긴 햇지만, 대면 초반에는 약간 경직된 모습이었다. 교황은 기자들이 대동한 이 자리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이어진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은 교황의 개인 서재에서 약 30분 간 진행됐다. 통역을 제외하고는 단 둘만이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대화는 예정된 시간보다 약간 길어졌고 당초 심각한 모습이었던 교황도 이후 쾌활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에게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 여사와 이방카, 쿠슈너 등 미국 측 사절단을 소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때 잠시 '농담 따먹기'(levity)를 하는 순간도 있었다고 전했다. 가톨릭을 믿는 멜라니아 여사가 교황에게 묵주에 축복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받아 들인 교황이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먹을 걸로 뭘 주냐. 피자냐"고 물었고 멜라니아 여사가 "네, 피자입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교황은 환히 웃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를 상징하는 작은 올리브 나무 조각상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하며 "우리는 평화를 이용할 수 있지요"(we can use peace)라고 화답했다.
교황은 그 외 더 많은 선물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겼다. 자신이 지난 세계 평화의 날 설파한 메시지 사본을 사인해 전달했는가 하면, 교황청이 2015년 발행한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에 관한 회칙인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 등 3개의 주요 문서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것들을 다 읽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열성적인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다.
교황에게 줄 답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민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저서 전집을 가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악수를 하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는 "감사합니다. 무엇을 말씀하셨는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교황은 성베드로 광장의 신자들과 수요 미사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절단과 함께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했으며, 남은 일정 동안 로마 시내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로 향해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들과 만난 뒤 26~27일 시칠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