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김정주 회장.© News1 2015.01.28/뉴스1 © News1>
비영업용 부동산 처분과 자사주 소각도 요구...엔씨소프트 '당황스럽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이 그동안 숨겨놨던 속내를 드러냈다.
넥슨은 지난 3일 최대주주 자격으로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넥슨이 추천하는 이사 선임을 비롯해 실질주주 명부열람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 공문을 발송했다고 6일 밝혔다.
넥슨의 이같은 요구는 보유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주식에 대해 단순투자 목적에서 경영참가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한 직후라는 점에서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넥슨은 현재 엔씨소프트 주식 330만6897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율은 15.08%에 달한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이사 선임만 요구한 게 아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에게 △제3자와의 협업 강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원 발굴 △전자투표제 도입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적극적인 주주이익 환원 △보유 자사주 소각 △비등기 임원의 보수내역 및 산정기준 공개도 요구했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주주제안을 통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투명한 소통을 바탕으로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이사회 참여는 사내이사든 사외이사든 공석이 발생할 경우 넥슨이 추천하는 인사를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행보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양사 경영진의 대화 채널이 다시 가동 중인 가운데 넥슨이 일방적인 의견을 공개했다는 이유에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의견 제시는 시장의 신뢰와 대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넥슨의 주주제안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과 '자사주 소각' 등이다. 경영참가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사 자리 요구는 예상했지만 부동산이나 자사주까지 거론하는 것은 전혀 예상밖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넥슨은 엔씨소프트 소유의 비영업용 자산인 서울 삼성동 소재 경암빌딩과 엔씨타워 및 관련 토지를 매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주가부양 차원에서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해줄 것도 요청하고 있다.
만약, 엔시소프트가 비영업 자산을 매각하면 최대주주인 넥슨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 또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올라갈 것이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곳은 넥슨이다. 배당률 상향 역시 넥슨이 챙겨갈 배당금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의 요구사항을 보면 최대주주의 위치를 이용해 자기 이득을 얻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넥슨의 이같은 요구에 업계 일각에서는 넥슨의 조치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행태와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상 투기자본은 기업을 인수한 뒤 비교적 단기간에 차익만 챙기고 빠지는 자본을 의미한다. 이른바 '먹튀'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단기간에 차익을 챙기기 위해 최대주주의 위치를 활용해 자산 매각은 물론 배당률 상향 등을 요구한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조치들이 결국 시장에서는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며 "자산 매각, 배당률 상향 등으로 최대주주의 이익은 극대화하면서 회사의 가치는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