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보톡스 시술을 받고 있다. (사진=AFP) © News1>
"균주 출처 밝혀라" 1위 메디톡스 경쟁사에 시비 경쟁사·전문가 "국내서 발견가능..소모적 논란 자제를"
미용 시술 원료로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기원을 두고 관련 제품을 보유한 국내 제약3사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1위업체인 메디톡스는 경쟁사들이사실상 훔쳤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고 휴젤과 대웅제약은 독자적으로 발견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톡스는 미국 엘러간이 만든 주름치료개선제로 관련 유사 제제의 대명사로 불린다. 국내에선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으로, 휴젤이 '보툴렉스'로, 대웅제약이 '나보타'로 관련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균주 자체는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로 출처 논란이 제품의 허가여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과는 무관한 소모적 논란으로 부정적 이미지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균주 출처 밝혀라" 1위 메디톡스 경쟁사에 시비
논란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매출 1위인 메디톡스(제품명 메디톡신)가 균주의 출처를 놓고 휴젤(보툴렉스)과 대웅제약(나보타)을 상대로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메디톡스는 지난 14일 "국내 제품이 균주의 기원을 밝히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 싸구려 제품으로 인식된다"며 "대한민국 보톡스 제품에 대한 불신이 더 이상 깊어지는 것을 막자"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국내 3사가 보툴리눔 균주를 어디서,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 혈청학적 분류와 형태는 무엇인지, 메디톡스를 포함해 기존 다른 회사의 균주와 같은 지를 비교·확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경쟁사들이 자사 균주 혹은 해외 균주를 입수해 활용한 것이란 의심을 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역학 조사가 명확하지 않아 경쟁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진 않고 있다.
◇ "독자적 발견"....대웅제약은 "토양", 휴젤은 "부패한 통조림"
대웅제약과 휴젤은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된 허가 명목을 보면 대웅제약은 2006년 국내 토양에서, 휴젤은 2002년 통조림과 훈제 또는 소금에 절인 생선, 벌꿀 제품 등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검출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원조인 보톡스와 같이 균주명을 발견자의 이름을 딴 '홀 균주'로 명명해 신고했고 휴젤은 홀 균주가 아닌 'CBFC-26'으로 쓰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해명자료를 통해 "우리는 대웅제약의 균주가 앨러간, 메디톡스의 균주와 동일하다고 한 적은 없다"라면서 "단지 나보타 균주와 독소단백질의 특성이 주요 홀 균주들과 일치한다는 판단하에 홀균주로 명명했다"라고 설명했다.
휴젤은 좀더 해명이 적극적이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휴젤은 CBFC26으로 명명된 균주를 배양환경을 조성해 자체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휴젤은 자료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음식물류를 수거하여 부패를 진행시킨 뒤 썩은 육류에 혼합하고 진공상태에서 균을 배양한 결과 26번째로 찾아낸 것이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톡신 A형(Clostridium botulinum toxin type A)' 균주"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커다란 썩은 통조림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공기를 빼서 배양한 결과 찾아낸 균주라는 설명이다.
◇ "국내서 보툴리눔 톡신 A형 균주 발견할 수 있다"
<뉴스1>이 취재한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흔한 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연상태에서 보톡스 균주를 발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과장은 "보툴리눔 독소는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이란 균이 내뿜는 독소 단백질"며 "클로스트리디움은 전세계적으로 주로 토양이나 물에 존재하며 공기를 매우 싫어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진공상태로 만들어지는 통조림, 가공육류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보톡스 균이 전세계 토양과 물에서 분포하는 혐기성 세균임을 확인하는 논문이 있다. 이 논문은 독소증에 노출되는 경로를 식품·상처·유아·흡인형 4가지로 적시하고 있다. 가령 저장식품이나 가공식품의 살균이 부적절해 식품내부의 진공상태로 균이 증식하고 독소가 만들어지고 이 음식물을 사람이 섭취했을때 일종의 급성 식중독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성심병원 엄 과장 입장도 같다. 이어 엄 과장은 "공기중에는 있을 수가 없고 사람간 전파도 없다"며 "주로 음식물 섭취로 인해 식중독과 유사한 증상이 발생하고 피부에 상처를 가진 사람이 토양을 파다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같은 식중독이 나타난 적이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2003년 대구의 일가족 3명이 찜질방에서 진공포장된 소세지를 날 것으로 섭취해 보툴리눔 독소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독소의 유형은 보툴리눔 톡신 A형이었다. 이외 B형에 의한 독소증도 2004년 충남지역에서 발견된 적있다.
◇ 메디톡스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아
위 사례는 최소한 휴젤이 주장하는 균주의 발견상황은 개연성이 있음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디톡스는 국내 독자발견 가능성을 계속 의심하고 있다. 어떤 경로에서건 자연상태에서는 균주를 단기간내 찾아내는 것이 복권1등에 당첨되는 것 처럼 어려운데 짧은 시간에 따로 제제를 만들었다면 자신 혹은 다른 어디서 취득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의구심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과 바이오업계의 시선은 따갑다. 자연상태 있는 생명체여서 발견자체가 특허가 될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품 효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출신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도 정현호 대표의 스승이자 보톡스의 원류로 꼽히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수학한 양규환 박사가 국내에 균주를 연구용으로 들여온것을 상품화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아는데 솔직히 양 박사 반입사실이나 균주가 위스콘신 대학 태생임을 증명하는 인증서류도 없지 않느냐"며 "허가와 상관없는 태생논란으로 소모전을 전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 톡신은 감염자의 혈액에 의해 종류가 나뉘어지는 혈청형(serotype)으로 A, B, C1, D, E, F, G, 총 7가지로 분류한다. 이중에서 A와 B와 F가 신경 독소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품은 A와 B만 사용한다. 상업적으로는 인체에서 나타나는 효과와 안전성 측면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A형이 주로 쓰인다. 보톡스의 원조인 앨러간도 A형을 분류해 보톡스를 만들었다. 신경독의 특성을 이용해 주름개선제로 응용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인이라도 다 같지 않듯 A형이라도 똑같지는 않아서 회사별로 다른 이름을 쓰기도 한다. 전세계 보툴리눔 톡신제제를 보유한 7개 회사중 미국 앨러간, 한국 메디톡스, 프랑스 입센, 독일 멀츠, 중국 란쩌우 등 5개 기업만 균주 출처를 발견자의 이름을따 홀(Hall) 균주로 밝히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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