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시장왜곡' 평가 절하…"과잉해석 유의해야"
금융당국 대출 기준은 KB 시세…'부처 간 엇박자' 문제도
집값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 주택 통계에 대한 불신을 재차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은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상황에 따른 취사선택', '부처 간 엇박자' 등의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위원이 서울 집값이 평균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부동산114' 통계를 인용한 질의에 "몇 개 아파트를 모아서 10억원이 넘는 것을 갖고 서울 전체인 것처럼 해서 기사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최근 언론이 주로 이용하는 주택 관련 통계자료는 크게 세 가지다. 한국감정원 통계와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가 대표적이며, 부동산114에서도 자체 지표를 내놓고 있다
통상 민간 업체의 통계는 감정원 통계보다 가격이 높다. 가격을 분석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과 KB국민은행 통계는 모두 표본을 정해 실거래 가격을 조사하는 점은 같다. 다만 감정원은 전문조사원과 감정평가사 등이 직접 조사하고 책정하는 것과 달리 KB는 전국 공인중개사가 직접 실거래 가격을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아직 거래가 발생하지 않은 단지는 현 상황에서 거래 가능한 금액을 입력한다. 부동산114는 100가구 이상 아파트를 전수조사해 공인중개사들의 시세입력과 콜센터를 통한 시세 조사를 취합한 후 실거래가와 비교해 보정 작업을 거쳐 통계를 낸다.
감정원 관계자는 "통계 분석 방식도 서로 다르다"며 "KB 통계는 산술평균(칼리 지수), 감정원은 기하평균(제본스 지수) 등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그간 '국가승인통계'인 감정원 자료를 기준으로 주택 시장을 설명해왔다. 올해 초에는 KB 중위가격 통계를 예로 들며 "일부 민간 통계로 시장 상황을 판단할 경우 과잉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부처인 금융당국은 KB 시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16 대책 발표 이후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KB 시세와 감정원 시세 두 가지 가운데 더 높은 가격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KB 시세가 감정원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사실상의 대출 기준으로 활용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로서는 KB 주택가격동향은 참조가 되겠지만 그걸 토대로 부동산 정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는 감정원의 가격동향지수를 주로 활용하고 있으나 KB가격동향도 참조해서 정책에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민간 통계를 기준으로 정책 홍보를 하기도 했다. 그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시행 후 민간 부동산통계업체에 따르면 시행 첫날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매물 모두 전일대비 10~20% 수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고 20일 대비 24일 기준으로는 약 3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발언했다.
이처럼 각 부처마다 민간 통계에 대한 인식이 다르면서 정부가 상황에 따라 민간 통계를 폄하하거나 오히려 홍보의 기회로 이용하는 등 취사선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민간 통계에 대해 국토부는 평가절하하는 반면, 금융당국은 이를 정책에 활용하는 중"이라며 "부처에 따라 통계를 무시하거나 이용하는 등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지 말고, 정책을 펼칠 때 민간 통계 역시 참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