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15.5.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반기문 방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성완종 사건 등 국내정치와 분명한 '선긋기'…'대망론'은 여전
개성공단 방문 무산으로 '평화 사절' 유엔 수장 입지엔 상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년9개월여 만에 고국 방문 일정의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8일 방한한 반 총장은 21일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공식 일정을 끝내고 22일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20일 일방적으로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승인을 철회함에 따라 현재까지 예정된 반 총장의 공식 일정은 21일 오전 건강검진이 전부다.
반 총장은 일단 이번 방한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너무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것과는 달리 반 총장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참석한 콘퍼런스와 포럼 등에서 적극적인 한반도 평화 메시지 등을 전하며 유엔 수장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 총장 개인으로서는 이번 방한이 이른바 '대망론'과 성완종 사건 연루 등 국내정치와 관련,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실제로 방한 기간 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국내정치 관련 언론의 관심에 적극적이면서도 단호한 자세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반 총장은 지난 19일 세계교육포럼 개회식 이후 진행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질문에 "성완종 회장과는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은 "성완종 회장과는 충청포럼의 회원으로서 제가 몇번 참여한 일이 있고, 장학재단 설립해서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일도 하셔서 국내에 있었을 때는 꽤 여러차례 만났다"면서도 "(유엔) 사무총장할 때는 거리가 떨어져 있으니까 거리에서 만나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 이상의 관계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조카인 반주현씨가 연루된 경남기업 자산 매각 사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조카가) 물의를 일으켜 저 자신이 민망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조카의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른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대망론'과 관련해서도 반 총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반 총장은 역시 같은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한 추측이나 행보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면서 "국내 정치의 경우 한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다고 생각하며 노력하시는 분들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역할을 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한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가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아 반 총장에 대한 '대망론'은 계속 그 불씨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 총장은 '반 총장까지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경우 누가 다음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를 묻는 데일리한국의 여론조사(19일 발표)에서 36.4%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방한 일정의 '대미'로 꼽혔던 개성공단 방문 일정이 무산된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반 총장은 이번 방한에서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하며 현 남북경색 국면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개성공단 방문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도 "나의 (개성공단) 방문이 조금이나마 남북관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또 "북한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유엔은 '북한의 유엔'이기도 하다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스킨십을 시도했으나 방문을 불과 하루 앞두고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승인을 철회한 북한의 돌출 행보로 인해 '평화사절로서의 유엔 수장' 이미지의 최종 방점을 찍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북한이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유엔의 제재 움직임을 사실상 반 총장의 방문 거부 이유로 내세우며 군사적 도발 위협까지 가해 당초 반 총장의 기대와 달리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비판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반 총장은 개성공단 방문 무산에 따라 21일 오후 별도의 일정을 한 가지 정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박근혜 대통령 예방, 국회 방문, 유엔아카데믹임팩트(UNAI) 서울포럼, 세계교육포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등 주요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 상태라 대내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정이 잡히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