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사자명예훼손 재판 보고 재개하기로 한 상태
원고측 대리인 "판결문 증거로 제출하면서 기일지정 신청"
1980년 5·18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89)에게 법원이 지난 30일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40년 만에 헬기사격이 사실로 인정됐다.
이에 1년6개월여 동안 멈춰선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도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일 광주고법과 원고측 대리인에 따르면 5월 단체와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 등이 전씨와 '전두환 회고록'을 출판한 전씨의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재판은 지난해 5월 마지막 재판이 열린 뒤 현재 기일 추정 상태로 멈춘 상황이다.
이는 재판부가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1심 판결을 지켜본 뒤 추후 기일을 지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날 형사 재판부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인정하며 전두환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만큼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도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 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다음주쯤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기일지정 신청을 할 것"이라며 "기일지정 신청이 이어지면 다시 소송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민사 1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전씨 등이 5월 3단체와 5·18기념재단에 각각 1500만원씩,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또 회고록에 대해서도 총 69개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과 배포 등을 금지했다.
민사 1심 재판부는 전씨가 회고록에서 주장한 '북한군이 개입한 반란이자 폭동이다', '헬기사격이 없었다', '광주시민을 향해 총을 겨누지 않았다', '전두환이 5·18사태의 발단부터 종결까지의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등 23개 쟁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5·18 당시 헬기사격과 관련해 '계엄군의 진압 활동을 고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하거나 헬기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한 것은 조비오 신부와 조영대 신부 등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1심 재판부는 전일빌딩 총탄 흔적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감정서와 헬기사격을 실제로 본 다수의 목격자들 진술, 전교사가 작성한 전투상보,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이유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아무리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돼야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씨가 회고록에서 서술한 조비오 신부에 대한 평가는 조 신부의 사회적 평가와 아울러 유족인 조영대 신부의 사회적 평가 내지 고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