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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18 00:43
[생활속과학]"종이 한 장으로 핵폭발의 위력을 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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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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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미 추정법, 기술 발달로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교육가치는 있어
"종이 한 장으로 핵폭발의 위력을 잴 수 있을까?"
황당해 보이는 이러한 질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페르미 추정'이라고 부른다. 정보나 도구는 없지만 어림잡아서라도 규모를 알아내야할 때 유용한 사고법이다.
1945년 인류 최초의 핵실험 '트리니티 핵실험'에 참가한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핵폭발 후 몇 분 만에 폭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정했다. 그 결과는 나중에 방사성 동위원소 등을 측정해 계산한 값의 절반 수준이었다.
페르미는 찢은 종이가 폭발 후 40초 가량 지난 시점에 2.4미터(m)가량 움직인 것만 가지고 핵폭발의 규모를 추정해냈다. 적은 데이터를 가지고 추론한 점과 실험 전에 연구진이 예측한 폭발 규모의 최소·최대값이 열 배가량 차이 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르미의 추정이 실패했다고 하기 어렵다.
페르미가 트리니티 핵실험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논리적인 가설을 가지고 짧은 시간에 근삿값을 도출하는 걸, 페르미의 이름을 따 페르미 추정 혹은 페르미 문제라고 부른다. 정확한 값은 알기 어렵더라도 대략적인 규모를 파악하는 데 쓰인다.
통행이 자유로운 공간에서의 집회나 해안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추정할 때, 면적당 사람 수를 어림잡은 공간의 면적을 곱하는 방법은 2010년대에도 쓰인 바 있는 페르미 추정법이다. 통신량 데이터, 이미지 분석 같은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기 전까지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사람 수를 추정할 때 유용하게 쓰였다. 지금도 시간과 기술을 투입할 수 없다면 가장 빠르게 대략적인 규모를 추정할 방법이다.
페르미 추정의 정확성은 가설과 추론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 페르미가 핵폭발의 규모를 비교적 가까운 규모로 추정해 낼 때도 이용한 가정과 물리학 이론이 크게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흩날리는 종이로 핵폭발의 규모를 측정해낼 수 있었다.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센서들이 일상 속으로 들어와 데이터를 생산하면서 페르미 추정의 실용적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앞서 예처럼 해안가의 피서객 수는 통신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정확히 추정할 수 있고, 핵폭발 같은 폭발의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페르미 추정의 실용적 가치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교육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정 지역의 전봇대 개수는?', '우리 몸의 원자 갯수는?' 같은 문제가 주어질 때,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분석해 가설과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도출하고, 데이터를 조사하고 실제 값과 비교해 가설이나 추론과정의 결함을 보완하는 일련의 과정이 기초적인 과학 사고 방식과 닮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학술지 물리학 교육(Physics Education)에 2007년 게재된 르웰린(R. A. Llewellyn) 물리학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페르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자가 자기가 가진 다양한 지식을 활용하고 계산하는 과정을 통해 물제 해결력을 기르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학술지에 앤드류 로빈슨(Andrew Robinson) 박사는 "페르미 문제를 풀면서, 물리적 모델을 만들고 이론을 적용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교육해본 결과 상위권 학생들에게서 효과가 나타났다고 2008년 보고하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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