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트코인, 돈 아냐"…규제무풍에 中기업도 몰려와
거래액이 하루 6조원에 이르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이나 서버장애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할 수 없는 '통신판매업'으로 지정돼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업태가 통신판매업이어서 별다른 규제없이 누구나 신고만 하면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 금융업처럼 정부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비트코인 열풍이 불면서 최근 2년 사이에 100여개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분명 현금이 거래되는데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인터넷쇼핑몰처럼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 있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를 투자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처럼 투자상품으로 인정받는 순간, 투기자본이 몰려 자본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28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가상화폐 등록제를 시행한 이후부터 투기거래가 늘고 변동성이 더 커졌다"면서 "가상화폐를 정식 금융업에 포함하는 것은 공신력을 부여해 투기성을 키울 염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에 개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금융업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지난 9월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했고, 반대로 일본은 제도권으로 받아들여 서비스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시장으로 떠오른 우리나라는 정부가 아예 손놓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상화폐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투자자 계좌에서 본인 모르게 돈이 인출돼도 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또 서버만 구축하면 별다른 규제없이 누구나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사기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100여곳에 이르는 가상화폐 거래소 대부분은 직원이 100명 미만의 스타트업이다. 지난 1년간 서버 불안정 등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이 된 곳도 적지않다.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포함해 야피존, 코인이즈 등은 최근 1년간 적어도 한차례 이상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 수만건이 유출된 바 있다. 빗썸은 지난 12일 폭증하는 거래량을 감당하지 못해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는데도 거래 기능이 정상화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해외 가상화폐 업체까지 '규제 무풍지대'인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 가상화폐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거래를 금지하자, 한국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제 중국의 검은돈까지 밀려들 판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운영중인 가상화폐 거래소 대부분이 서버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빗썸 등 대형사들은 이제야 관제업체들에게 보안을 맡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상화폐 시장규모가 커져서 이제는 해킹사고가 발생하면 수백억원이 아니라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통신판매업으로 방치하기보다 이제 가상화폐 지위를 어느 선까지 인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