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시민단체 지적에 확인…"5.18 40주기 맞아 결정"
표지석에 부착된 '세종' 동판…"철거에 30분도 안 걸려"
한국 최초의 남극 연구기지인 세종과학기지(세종기지)에 남아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32년만에 제거된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세종기지 표지석에 전씨가 한글로 '세종'이라고 쓴 친필 휘호가 동판으로 제작돼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관계부처인 해양수산부에 철거를 요청했고 곧 철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전 전 대통령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그가 1987년 세종이라는 글씨를 써 보냈고 1988년 남극 세종기지가 세워지면서 친필을 양각한 동판이 기념비에 부착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문화재제자리찾기는 해수부 측에 "전씨의 경우 내란 및 반란죄의 수괴혐의로 1심에서 사형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바 있다"며 "법률로서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하고 서훈이 취소된 전씨의 글씨를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상징인 남극에 기념비로 남겨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직 중 탄핵을 당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 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경우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지적으로 남극 세종기지 표지석에 전 전 대통령의 글씨가 새겨진 동판이 부착된 사실을 확인한 해수부는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를 맞아 글씨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세종기지를 관할하고 있는 극지연구소 관계자 측도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동판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제거하는 공사는 30분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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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가 남극 세종과학기지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한글로 쓴 '세종' 글씨(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 뉴스1 |
앞서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해에도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의 현판의 글씨를 전 전 대통령이 썼다는 것을 확인하고 철거운동을 진행한 바 있다.
국가보훈처는 관련된 문의가 계속되자 전 전 대통령이 쓴 현판을 제거하고 안중근 의사의 서체를 활용해 새로운 현판을 제작해 부착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기지는 남쉐틀랜드군도 킹조지섬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은 1986년 11월 남극조약에 가입한 뒤 본격적인 남극연구를 위해 1988년 2월 세종기지를 준공했다.
기지에는 매년 17명으로 구성된 월동연구대가 1년간 상주하며 연구를 한다. 남극의 여름철인 12월~2월에는 약 100여명의 하계연구대가 파견돼 연구활동을 수행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