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위험에도 보상은 '미미'…신호 무시·역주행·안전장비 미착용 태반
직원 효율성 높이기 위한 기업 전략, 배달사원들 위험 야기
# 지난달 21일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오목교 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던 추모(19)군이 빗길에 미끄러졌다. 이 사고로 반대편 차로로 튕겨 나간 추군이 마주오던 아반떼 승용차에 깔린 채 7~8m 가량 끌려갔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추군은 음식배달 대행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고 가족은 암 투병 중인 아버지가 전부인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업무 중 과실여부를 따져야하고 사고경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추 군의 빈소는 수 일 뒤에야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배달 아르바이트생들 대부분이 단 돈 500원도 안되는 수당을 받기 위해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수당이 없거나 100~200원에 불과한 곳들도 태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직종은 근무 중 사고로 사망하는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을 만큼 위험이 따른다. 반면 보상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배달 사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단 돈 몇 백원에 불과한 금액을 손에 쥐기 위해 △신호등 무시 △인도 위로 운전 △안전장비 미착용 △역주행 등 각종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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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지급하고 있는 배달 수당 현황. © News1 |
더욱이 불합리함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에는 보수보다 더 큰 손해를 입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례로 최근 고양시에 사는 이 모(18) 군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넘어져 크게 다쳤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 군이 소속된 배달 대행업체가 식당 측에 보상 책임을 미뤘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행업체 측은 이 군에게 하루에 1000원씩 받고 오토바이를 대여해준 것이라며 수리비를 요구한 상태다. 이 군은 대행업체로부터 식당에 파견된 형태여서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대다수의 배달직 종사자들이 불합리한 상황에 쉽게 노출 되는 만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관련법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상태다. 고용당국 관계자는 "최근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배달직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해졌다"며 "배달사원 등이 포함된 취약 근로자 보호 관련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군처럼 배달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시급은 통상적으로 6000원 정도다. 주말 및 휴일 수당을 포함해도 6500~8000원인데 이는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된 최저임금(5580원)보다 불과 몇 백원 많은 수준이다.
세계 곳곳에 입점해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업체들은 배달 건 당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문구를 강조해 직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직접 배달업무를 경험해 본 이들은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실제 인센티브 금액이 5000~6000원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확인결과 배달사원을 고용한 업체들은 시간 당 평균 배달 건수를 2회로 계산하고 있다. D피자업체의 추가 수당이 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 당 400원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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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채용정보사이트에 게재된 배달 사원 모집공고. 매장 측은 시간 당 평균 배달 건수를 2회로 책정하고 있다. 이 경우 추가 수당은 단 800원에 불과하다. © News1 |
유명 패스트푸드업체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송파구에 위치한 M사 매장의 경우 기본시급 5650원에 배달 수당을 40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 매장 관계자는 "개인 능력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시간 당 배달 3건 완료를 기본으로 보수를 책정한다"고 설명했다. 시간 당 평균 3건 배달을 완료해 '시급+1200원'의 보수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이다.
해당 매장은 건 당 수당을 받는 배달원과 받지 않는 배달원을 나눴다. 건수에 상관없이 배달하는 직원의 시급은 6000원으로 건 당 추가 수당을 받는 직원에 비해 보수가 적다.
직원들은 자연스레 건 당 수당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근무환경을 선택하게 되고 시간과 싸우며 위험한 배달근무를 소화할 수밖에 없게된다. 인력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도입한 보수 지급 제도가 직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업체들은 보험가입을 통해 사고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했으며 지금도 배달 사원들의 처우 개선에 충분히 신경쓰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식비지원 등을 책임지고 있다"며 "일을 그만두는 사원들에게는 퇴직금까지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