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에서 사격훈련 도중 동료 예비군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23) 씨의 유서. (육군 제공) /뉴스1 © News1>
필적 통한 성격 분석 전문가 "충동적·성격급하고 우울증 성향 발견"
예비군 훈련 도중 총기를 난사해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23)씨 유서에서 연쇄살인범들의 필적에서 보이는 성향이 발견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등을 지낸 구본진 변호사는 최씨가 쓴 유서를 본 뒤 "충동조절이 잘 안되고 성격이 급했을 것"이라며 "연쇄살인범들이 글씨를 쓸 때 보이는 성향도 발견됐다"고 14일 말했다.
구 변호사는 "글씨의 크기가 작고 크고를 왔다갔다 하는데 이는 충동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성향"이라며 "'ㄹ'자 등을 쓸 때 굉장히 빨리 쓴 흔적이 나오는 걸로 봐서 성격도 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씨 크기가 고르지 않은 사람들은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으며 글씨를 한 획 한 획 '완전하게' 쓰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성격이 급했을 것이라는 게 구 변호사 분석이다.
구 변호사는 또 "세로획이 똑바로 내려오지 않고 왼쪽으로 약간 굽는데 이는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성향"이라는 분석도 했다.
특히 최씨의 유서에선 연쇄살인범들의 필적에서 종종 나타나는 특징도 발견됐다고 했다.
구 변호사는 "글자들이 다른 글자 간격이나 행 간격을 침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글씨를 쓰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경향이 있으며 외국 연쇄살인범들의 필적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된다"며 "최씨 유서에서도 그런 부분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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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총기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군 장병들이 줄지어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
실제 최씨 이웃주민들에 따르면 최씨는 평소에 윗옷을 자주 벗고 다니며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 등을 보였다고 한다.
구 변호사는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을 지낸 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범죄자들의 필적을 오랜 기간 연구해온 그는 법무연수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9년 '필적은 말한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범죄심리학자 등 다른 전문가들은 최씨가 '관심병사', '왕따' 생활 등을 경험하며 쌓인 좌절이나 증오로 인해 '외상 후 울분장애'를 겪다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측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씨의 경우 '외상 후 울분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 같다"며 "이런 사람들은 사회에서 자신이 차별이나 무시를 받고 있는데 그 책임을 개인이 아닌 사회로 돌리고 전혀 무고한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피해의식이 크게 작용해 그럴바에야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극단적으로 생각하고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씨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순간적인 좌절이 아니라 오랜기간 동안의 좌절을 갖고 있다"며 "군시절 관심병사와 왕따 등을 겪는 등 사회부적응을 겪었는데 이런 군에 대한 증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씨의 경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가 살아남아도 자기에게 남은 건 처벌 뿐이란 걸 알기에 자살을 선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