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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24 13:04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찬반 양론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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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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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학교 교원문화관에서 열린 '초등학교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 앞서 한자교육 찬반 단체들의 충돌로 공청회가 지연되고 있다. 2015.8.24/뉴스1 © News1>
교육과정개정연구위, 초등 적정 한자 수 300~600자 제시
"한자단체 이익 수용해 교육부 강행·사교육 유발" 비판도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위원장 김경자)가 의견 수렴을 위해 24일 오후 한국교원대에서 개최한 '초등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도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장은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2009 개정 교육과정 이전에도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다양한 방법과 수준으로 실시되고 있었다"며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이 포함된 후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도덕, 사회, 수학 교과서에서 이미 일부 한자 병기를 하고 있다. 2010년 설문조사에서는 어휘력 신장 차원에서 교사 77%, 학부모 89%가 한자교육을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초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적정 한자수는 300자에서 600자 사이로 제시했다. 지난 2009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초등학교의 바람직한 한자교육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적정 한자 수에 대해 교사는 300자 이하, 학부모는 300~450자, 한문 관련 단체는 600자 정도가 필요하다고 봤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으로는 크게 4가지를 내놓았다. 본문에 한자어 옆에 괄호를 치고 그 안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 교과서 날개나 각주에 한자어의 한자를 제시하고 그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 단원 말미에 주요 학습개념을 제시하면서 그 개념이 어떤 한자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설명하는 방식, 그림과 한자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한자와 관련하여 사교육이 유발되지 않도록 평가를 하지 않는 방안 등 어떤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무슨 교과의 교과서에서 몇 학년부터 어느 정도의 한자를 어떻게 병기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글단체 추천으로 토론자로 나온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국가·사회적 요구가 아닌 한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해서 교육부가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연구교수는 "공교육에 돈벌이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이익단체의 요구에 휩싸이지 말고 어린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정책이 '사교육 활성화 정책'이라는 비판은 여전했다.
한희정 서울 유현초등학교 교사는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학습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77%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찬성한다고 했던 바로 그 설문에서 교사들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학생의 학습부담(39.2%), 충분히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시간 확보 어려움(29.5%)을 꼽았다"고 지적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영어 사교육을 위해 영어 태교를 하고 0세부터 한글 사교육이 시작되는 나라, 그런데 정규 국어 교육과정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시간은 고작 24차시에 불과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정말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한 교사는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학습하는 기계, 괴물 같은 존재로 키우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이사장 또한 "분명하게 해둘 것은 교육부 정책은 '한자교육 활성화 정책'이 아니라 '초등 한자교육 강화정책'이라는 사실"이라며 "초등학생에게 쏠려 있는 사교육 유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초등 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되면 한글은 우리말을 적기엔 무언가 흠이 있는 문자란 오해를 줄 수 있다"며 "낱말의 뜻은 그 쓰임새를 보고 사용하면서 익히는 것으로 '한자를 모르면 낱말 뜻을 알 수 없다'는 말은 괴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광진 성균관대 교수는 "초등 한자교육은 3학년 때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초등학생들의 한자 사교육비 부담은 이미 극에 달한 정도이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한자를 적기에 잘 지도하면 역으로 사교육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교수는 "우리말에서 사고도구어의 98%가 한자어이고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의 대상은 한자가 아니라 한자어"라며 "한자어는 국어사전 활용 교육이나 국어사전을 활용한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하여 사교육비 부담 없이 학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상 서울 명지고 교사는 "1970년대 한글 전용정책이 추진된 이후 한자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전문적인 문장이나 대화는 물론 일상적인 언어와 문자 소통에도 일부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자병기는 학문이나 언어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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