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것이 기자의 숙명인가 보다. 지금 중국 공산당은 5년 만에 가장 큰 축제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 축제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자신의 사상을 공산당 당장에 삽입하는 등 ‘시진핑 천하’를 열었다. 지금 시진핑 주석의 직계인 이른바 ‘시자쥔(習家軍)’은 축배를 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시진핑 천하의 개막은 공산당 몰락의 서막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의 업적은 현란하다. 개혁개방을 통해 단기간에 중국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시켰다. 그 원동력이 바로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였다. 공산당이 독재를 하지만 공산당 내에서 어느 파벌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의 원리가 작동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했기 때문에 무리한 정책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책이 실행됐다. 바로 이것이 중국 공산당의 힘이었다.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한 것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었다. 그는 공산 중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이 권력을 독점함으로써 야기된 폐해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 창설자로 당내에 압도적인 권위를 행사했던 마오는 말년에 문화혁명을 추진했다. 문화혁명은 대참사였다. 이는 당내에 마오를 견제할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중국은 10년 대동난의 시대를 보내야 했다. 덩 자신도 하방을 당했다.
그런 그에게 집권의 기회가 왔다. 그는 집권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했다. 문화혁명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그는 집권 이후 권력이 집중된 당주석제를 폐지하고 총서기제도를 도입했다. 또 여러 파벌을 골고루 기용했다. 중국식 탕평책이었다.
그는 또 죽기 전에 후진타오(胡錦濤)까지 후계구도를 확정해 놓았다. 시진핑 현 주석은 덩샤오핑이 낙점하지 않은 최초의 후계자다. 그런 그가 덩샤오핑 이후 이어져온 공산당의 전통을 무너트리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의 권력투쟁의 산물이었다. 장쩌민은 상하이방을, 후진타오는 공청단을 후계자로 지명하려 했다. 차기에 자파가 집권해야 막후에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정치보복을 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둘은 혈투를 벌였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상하이방도 공청단도 아닌 태자당인 시진핑이 낙점된 것이다. 시진핑은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결과론적으로 상하이방인 장쩌민은 공청단인 후진타오를, 공청단인 후진타오는 태자당인 시진핑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덩샤오핑 사후 상하이방과, 공청단, 태자당이 사이좋게 한 번씩 대권을 잡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중국 공산당의 최대 장점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살아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이 권력을 쥐면서 이 원리가 깨졌다. 시 주석은 마오와 덩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게 됐다. 그러나 견제가 없는 권력은 브레이크 없는 열차와 같다. 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도 잔칫상에 재를 뿌린 적이 있다. 기자는 ‘막오른 트럼프 시대, 美 쇠퇴의 시작점’이란 제목의 시나쿨파를 통해 트럼프의 집권은 미국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예견대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과 참모의 말 하나 통일하지 못하는 오합지졸이다. 아마도 역대 최악의 행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미국 우선’ 정책은 ‘미국 왕따’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이민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뤘다. 그런데 이민을 제한하자는 것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이다. 미국 발전의 원동력인 이민을 제한하는데 미국이 잘 살 수 있을까? 특히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전 세계의 국가들이 세계화의 바다에서 마음껏 수영하고 있다. 이런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은 바닷물을 강물로 되돌리려는 것과 같다.
중국도 오늘의 중국이 있게 한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를 마오 시절의 일인 지배체제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이 또한 바닷물을 강물로 되돌리려는 짓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망하면 트럼프만 망한다. 나라의 주인이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다. 즉 나라의 주인이 공산당이다. 시진핑이 망하면 공산당이 망하고, 공산당이 망하면 중국이 망한다. 트럼프 집권보다 더욱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 ‘시진핑 천하’의 개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