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15.1.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 "무죄…자료 부족, 내란 실행 합의없어" vs. 헌재 "구체적 위험성 초래"
대법원이 이른바 'RO 내란 선동·음모 사건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결론 내렸다.
불과 한 달 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의 근거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며 사실상 내란음모를 인정한 것과는 충돌하는 판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2일 오후 내란선동·음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기(53)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 등으로 판단하며 이 의원 측과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지하혁명조직)에 대해서도 항소심과 같이 실체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의 내란음모 무죄 판단에는 내란음모죄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내란 논의와 결심이 직접적인 실행행위로 이어져 국가 안보에 미칠 '실질적 위험성'이 확인돼야 한다는 법리적 전제가 깔려 있다.
대법원은 결정적으로 내란음모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데 다수 의견을 모았다. 대법원은 "이 의원 등 비밀회합 참석자들이 조직적 차원에서 내란을 사전 모의하거나 준비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회합 참석자들이 내란 준비와 실행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워 실질적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9일 헌재는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리며 대법원과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당시 RO라는 조직의 실체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헌재는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을 통진당의 위헌성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하며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으로 "폭력에 의해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재판관 9명 중 8명 다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고 사법기관 두 곳이 한 달 간격으로 상반된 결정을 내놓자 당장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의 사실심 최종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헌재가 무리하게 통진당 해산 결정을 서둘러 법리적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변호인단 단장을 맡았던 이재화(52)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로 헌재가 결국 조급하게 부실한 결정을 내놨다는 게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에 내란음모 사건 수사자료와 1·2심 재판기록이 증거로 제출된 점을 언급하며 "헌재가 상고심 판결을 기다린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헌재가 내란음모를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 수준의 결정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지위를 격하시킨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헌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상고심 판결은 위헌정당 심판 사건과 절차·대상이 모두 달라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면서도 "내란선동 혐의는 유죄 확정 판결이 났다는 점에서 내란선동이 정당의 목적과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인정되므로 통진당 해산 결정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위헌정당 해산 심판과 형사재판 절차는 엄연히 달라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에서 '사실 인정'이라는 부분은 1·2심과 상고심을 거쳐 서서히 쌓이는 것"이라며 "과연 9명의 헌재 재판관들은 정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내란음모 등의) 사실 인정 여부를 따지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든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