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재제작 현판 설치, 내년 하반기 돼야"…규격 고증 부실로 세 번째
"4년 동안 서둘러 집을 짓고 난 뒤 문패를 만들어 다는데 무려 6년이나 걸리는 셈이다."
사적 제117호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복원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광화문 현판 복원은 올해도 완성되지 못하고 빠르면 내년 하반기가 돼야 설치가 완료될 전망이다.
새로 만든 현판에 균열이 생기며 시작된 광화문 현판 재복원은 각종 논란과 현판에 대한 고증 부실로 해마다 완성이 늦어지면서 다시 제작하겠다고 선언한지 벌써 5년이 흘렀다.
1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복궁 광화문 현판 복원 제작은 이달부터 오는 5월까지 현판 틀을 만들어 건조 중인 본판과 조립한 뒤 1년 동안 모니터링 과정을 거쳐 내년 6월 이후 설치가 완료될 계획이다.
모니터링 기간 중에 현판에 글씨를 새기는 각자와 색을 입히는 단청을 하되 이 기간에 변형 등 이상이 없어야 최종 설치를 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 설치는 더 늦어질 수 있다.
문화재청이 2010년 광복절인 8월 15일에 맞춘 광화문 복원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인 현판을 다시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건 불과 4개월 뒤인 12월 27일이었다.
현판 첫 자인 광(光)자 부분에 폭 2~3㎜, 깊이 55㎜의 균열과 化(화)와 門(문)자 부분에 실금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광화문 복원에는 3년8개월이 걸린 것과는 달리 불과 6개월 만에 '후다닥' 제작된 첫 번째 현판의 예고된 운명이었다.
첫 번째 현판과 달리 다시 만드는 과정은 지난했다. 문화재청은 자문회의와 자체감사를 통해 재제작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11년 1월 26일 현판 재제작위원회를 구성했다.
일단 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목재편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균열된 현판 수리를 같은해 5월 완료한 뒤 논란이 됐던 현판 글씨체를 한자로 하기로 하고 현판 색상을 결정하는 한편 현판용 판재 건조를 점검하며 재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13년 6월 제작에 착수해 완성된 광화문 현판은 아직 설치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현판에 대한 고증이 글자체에만 집중돼 현판 규격을 제대로 고증하지 않은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현판이 일단 완성된 뒤인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현판 규격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이 이뤄지고 난 이후 이듬해인 2014년 5월 회의에서 규격을 바꿔 다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광화문 현판 복원은 재제작 발표 4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두 번째 현판은 걸어보지도 못하고 세 번째 현판을 또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새로 만들 광화문 현판은 현재 걸려 있는 크기보다 가로는 37.6㎝ 길고 세로는 21.2㎝ 짧게 만들어지게 된다.
지난해에는 일각에서 현판 바탕색이 흰색이 아니라 검정색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고증을 거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했다.
그동안 광화문 현판 복원을 위해 재제작위원회 위원들에게 지급된 자문수당이 3000만원 정도 된다. 현판 제작비용 자체는 수천 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만큼 제작 단계별로 신중을 기하다보니 현판 제작이 무척 더딘 것이 사실이다"면서 "새 현판을 제대로 만들어 더 이상의 논란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