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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4-28 21:21
[르포]물건값 깎는 '똑똑해진' 유커…사후면세는 '유명무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688  

황금연휴 맞아 명동·동대문 中·日 관광객 벌써부터 '인산인해'
상인들 가격·마케팅 경쟁 치열, 사후면세 인프라는 여전히 미비


"환잉광린(어서오세요). 타이 허스 러(너무 잘 어울리세요),"


중국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2일)를 이틀 앞둔 28일 동대문의 한 옷가게. 상점 주인이 20대로 보이는 유커(중국인 관광객)에게 인사를 건네자 "펜이 덴바(便宜点吧, 좀 깎아주세요), 비싸요"라며 중국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곧바로 가격흥정을 시작한다.

유커들이 '똑똑한' 쇼핑을 하면서 상인들이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느라 분주하다. 개별 여행으로 한국을 찾는 유커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연령대로 젊어지면서 쇼핑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후면세와 같은 쇼핑편의를 위한 시스템이 여전히 자리잡지 못하면서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진화하는 유커 지갑을 열어라, 상인들도 아이디어 경쟁

이날 밀리오레와 두타 등 동대문 쇼핑몰 주변에는 양손 가득 짐을 챙긴 유커의 행렬이 이어졌다. 유커 사이로는 일본말을 주고 받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일본의 공휴일이 이어지는 골든위크는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무려 열흘간 지속된다. 

서울의 유통가는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할 준비로 분주하다. 관광객들이 돈을 자주 꺼낼수록 상인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동대문 쇼핑몰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관광객들이 몰려올 때 하루 이틀 정신 없이 일하고 나면 몸살이 날 정도"라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동대문 의류업체 상인들은 물량 확보 경쟁에 한창이다. 주말을 시작으로 다음주까지 열흘 남짓 동안 평소보다 최대 3배의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인행사와 '2+1 판매' 등 가격면에서도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로 17년째 동대문에서 옷을 팔고 있다는 신모씨(46·여)는 "최근 며칠 동안은 제품 확보하려고 상인들이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며 '무작정 팔려고만 해서는 업체가 많아 두각을 보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인들끼리도 경쟁을 하면서 손님들 시선을 끌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유커 입장에서 관광을 즐기는 또 하나의 요소다.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에 색다른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평범한' 소비는 '재미있는' 소비로 바뀔 수 있다. 동대문에서 만난 린지아이오씨(33·여)는 "이번이 세번째 서울 방문인데 옷을 팔 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상인들을 보면 정말 재밌다"며 “재작년에 명동에 갔을 때는 우연히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상품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판다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퍼레이드는 한 백화점이 노동절 연휴를 맞아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기획했다.  2016.4.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관광객들은 알뜰해지는데…사후면세는 '유명무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 거리는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화장품 매장 직원들은 손짓하며 '찐라이 찐라이'(이 쪽으로 오세요)라고 외쳤다. 라네즈,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잇츠스킨 매장에선 중국어만 들릴 정도였다.

아리따움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드라마 '태후'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송혜교 화장품을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노동절과 겹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기가 특히 높은 제품으로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꼽았다. 

더페이스샵 매장 간판은 기존의 초록색에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금색으로 바뀌었다. 쉬룬 씨(23·여)는 "노동절을 앞두고 학교가 휴강해 친구들을 데리고 한국에 여행왔다"며 "에뛰드하우스,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매장에서 화장품을 하나씩 샀다"고 말했다. 

양손에 잔뜩 짐을 타이준 씨(35·남)는 '무얼 샀느냐'는 질문에 "아내에게 선물할 화장품을 샀다"면서 "'설화수' '후' '숨' 브랜드의 기초화장품과 스킨케어를 사려고 했는데 재고가 없어 화장품 세트를 사야했다"고 아쉬워했다.

외국인 쇼핑객들은 밀려들고 있지만 쇼핑 편의성을 높여 국가 관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후면세점 제도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명동 아리따움 매장 2층에 있는 세금을 환급해 주는 'KT 투어리스트 리워드' 사무실에는 환급을 받으려는 쇼핑객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사후면세점에서는 10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 건별 20만원 미만은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됐으며 면세 범위는 부가가치세 10%, 개별소비세 5~20%가 적용된다. 

면세점(Duty free)에서 파는 물품이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에 관세까지 미리 제외한 값에 팔아 더 저렴할 수밖에 없지만 사후면세를 적용하면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 갈수록 알뜰해지는 유커를 잡으려면 사후면세제도 활성화가 절실하다.

한 잡화 매장 직원은 "계산대에서 즉시 환급해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며 "3만원 이상 구매하면서 건당 20만원을 초과해선 안 된다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제안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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