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특별한 사이버 공간 커플앱, 일상 공유하려 시작했다 감시당하는 족쇄되기도
"거짓말 하지 마. 어디 있는지 뻔히 아는데 왜 거짓말을 해."
3년째 커플앱 '커플각서'를 사용해 온 임모(24·여)씨는 딱 한번 GPS 오류 때문에 남자친구와 크게 다퉜다. GPS 이동 경로에 간 적도 없는 장소가 나와 큰 오해를 샀다.
모태솔로에서 탈출한 지 3개월인 최모(22)씨는 커플앱 수혜자를 자처한다. '편지 써주기', '안아주기' 등 함께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작성해 매주 두 개씩 달성하면서 여자친구와 쉽게 가까워졌다.
'비트윈', '커플릿', '커플각서' 등 둘만 누릴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인 커플앱이 커플 사이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커플앱을 통해 비밀대화, 커플앨범, 위치공유, 다이어리 공유, 공동 가계부 등 둘만의 특별한 사이버 일상을 만들어 간다.
일부 커플은 위치확인 횟수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월 만원이 넘는 정액 사용요금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다양한 커플앱이 출시되면서 기능 역시 점차 진화하고 있다. 특히 대화 내용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능은 커플들에 인기가 많다.
커플앱 '진저'를 사용하는 이모(24·여)씨는 "앱에서 '잘자'라는 메시지를 분석해 남자친구가 평소 자는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바쁨지수'를 측정해 '남자친구가 최근 무척 바빴으니 힘내도록 챙겨주라'고 조언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커플앱을 즐겨 사용하는 이들 대부분은 앱이 둘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준다고 입을 모은다.
이씨는 "앱에서 3개월 전, 6개월 전 대화 내용 일부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며 "이를 같이 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일화나 약속을 떠올리고 웃기도 한다"고 말했다.
4년차 장기 연애 중인 윤모(29)씨는 "3개월 전부터 커플스탬프 앱을 쓰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에 소소한 재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커플스탬프는 약속이나 다짐을 목표로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 일정개수 이상 모이면 약속했던 보상을 받도록 이끄는 앱이다.
윤씨는 "'학교 지각 안 하기', '조깅하고 인증샷 찍기' 같은 과제를 주고 이를 달성하면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서로 일상을 챙겨 주면서 동시에 웃을 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자친구가 스탬프를 다 모아 운동화를 선물해줬다"고 덧붙였다.
![](http://image.news1.kr/system/photos/2015/4/12/1311786/article.jpg) |
커플앱 '커플스탬프'/뉴스1.© News1 |
반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커플앱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족쇄가 돼 둘 사이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대학생 최모(25·여)씨는 2013년 3월부터 8개월간 전 남자친구와 커플앱 '비트윈'을 사용한 적이 있다.
최씨는 "남자친구가 '카카오톡 답장은 하면서 비트윈 확인은 안 한다'는 둥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항상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자주 싸우곤 했다"며 "둘만의 공간은 커플앱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꼬집었다.
위치추적 기능 오류로 남자친구와 다퉜던 임씨는 이후로도 이따금 위치추적이 안되면 일부러 휴대전화 전원을 꺼둔 건 아닌지, 숨기는 게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샀고 급기야 '인증샷'을 찍어 보내기까지 했다.
커플앱을 사용하다 어느 한쪽이 앱 삭제를 제안하면서 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손모(24·여)씨는 "크게 다툰 날 남자친구가 '이제 비트윈 말고 카카오톡으로 대화하자'고 말해 충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손씨는 "커플앱을 쓰지 말자는 말은 우리가 더 이상 특별한 사이로 남지 않겠다는 의미로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진 손씨는 "커플앱에서 '관계 끊기'를 눌렀는데 그동안 쌓아온 사진과 기록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걸 보면서 커플앱이 우리의 감정이나 관계에 비해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며 씁쓸해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